박현주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경영전략고문. 미래에셋대우 제공.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이 국내 사업에서 손을 떼고 ‘경영 2선’으로 물러난다. 미래에셋 쪽은 박 회장이 앞으로 글로벌 경영에 주력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과 관련한 정부 당국의 압력을 의식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사업에 주력하는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으로 박현주 회장을 선임했다고 23일 밝혔다. 박 회장은 “국내 경영은 전문가 시대를 열어가겠다”며 “계열사 부회장과 대표이사가 책임 경영을 하고, 저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주력하겠다”고 입장을 알렸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 등이 경영 일선에 나서는 대신, 박 회장은 고문직과 함께 지난 3월에 취임한 미래에셋대우 홍콩 글로벌 회장직을 겸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박 회장은 2016년 5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글로벌 수준의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전문 경영인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고문직 선임을 ‘2선 후퇴’로 보고, 지배구조 개편 등 정부 당국의 압력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미래에셋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또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를 설명하면서 개선해야 할 지점을 짚은 주요 사례 9가지를 들었는데, 이 가운데 6가지가 미래에셋과 관련됐다. 미래에셋이 네이버와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해 자기자본을 키운 것과 그룹 계열사들이 특수목적회사(SPC)에 출자해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인수한 점 등이 ‘금융 리스크’를 키운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회장이 사실상 ‘2선 후퇴’를 선언했지만, 공정위가 박 회장을 그룹 총수로 보는 이상 실질적으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앞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지분율을 낮추고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났지만, 회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친다고 간주돼 총수로 지정됐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이총희 연구위원은 “박 회장이 고문직으로 물러나서 그룹에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한다는 문제가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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