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올해 3%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이 1.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3% 성장할 것이란 종전 전망을 수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어서 낙관할 수는 없다”고 24일 밝혔다. 미국이 6월에도 정책금리를 한차례 더 올리면 한미간 금리 격차가 0.5%포인트로 벌어질 전망이어서 한은이 언제쯤 금리인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1.5% 수준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네번째 동결 결정이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설비투자가 다소 둔화됐으나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 흐름은 (3% 성장률을 전망한) 지난 4월 전망 경로와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4월 석달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 초반에 머무른데다 마이너스로 돌아선 제조업 생산 등 일부 경제지표가 악화했지만, 경기전망을 수정할 정도는 아니란 판단을 내린 셈이다. 한은은 1월(1.9%), 2월(0.8%)보다 높은 3월 국내 소매판매 증가율(2.7%)과 3월 서비스업 생산 증가(0.4%)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회의 뒤 ‘최근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데 경기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고, 경계를 늦추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신흥국 위기와 관련해선 “기초 경제여건이 취약하고 정치적 지정학적으로 불안이 큰 나라를 중심으로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규모 등 대외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세는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아직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과대평가를 경계했다.
한미 간 금리격차가 커질수록, 한국에서의 자본유출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내외 금리차도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요건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라며 “대외건전성을 양호하게 유지하고 동시에 구조조정 등 생산성 향상 노력을 통해서 잠재성장 수준을 지속 가능하게 이끌어 가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기진단 논쟁과 관련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올해) 3% 성장 경로는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을 하게 하는) 시그널들이 혼재돼 있어 앞으로 한 두 분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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