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 관계가 급변하면서 ‘경협주’들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경제협력’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북한경제나 금융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책연구기관을 비롯해 민간 연구기관에서도 북한금융 분야는 정치·안보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연구 활동이 활발하지 못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일주일만인 지난 4일, 한국금융연구원은 발빠르게 북한금융연구센터를 신설해 경협 금융지원 방안과 국내 금융사의 참여 등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민간 연구기관이지만 금융당국의 연구용역 의뢰를 많이 맡고 있는 기관이다.
28일 서울 중구 금융연구원에서 만난 박해식(55·사진) 북한금융연구센터장은 실질적인 남북의 ‘금융협력’을 고민하는 싱크탱크의 첫번째 수장이다.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인 박 센터장은 1997년부터 연구원에서 주로 국제금융분야에서 연구해왔다. 북한금융과의 인연은 2014년 북한 은행시스템을 연구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박 센터장은 “북한에서 배급제 등이 무너지면서 ‘장마당’(북한의 물품거래 시장) 등을 통해 경제의 시장화가 일부 진전됐는데, 금융은 제도권에서 발전되지 못해왔다”며 “잦은 화폐개혁 등으로 북한에선 장사로 돈을 번 사람들도 은행 예금을 믿지 못해 사금융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북한금융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따라 중앙은행이 모든 걸 관장했다. 화폐발행이라는 고유의 중앙은행 업무와 예금, 대출 등 상업은행의 업무를 조선중앙은행이 도맡았다. 그러나 1990년대 경제난을 겪으며 북한 중앙은행이 기업자금을 지원해줄 수 없게 됐고, 대북제재 등으로 외자유치도 어려워지자 사금융 시장이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금융협력 초기에 국내 은행들이 진출해 업무를 하면서 금융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대출이 금지된 북한에서 사금융 시장이 양성화되면 자영업자 등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마이크로크레딧(소액대출) 사업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께 발표될 센터의 첫 연구과제는 남북 경협에서 필요한 금융 조달 및 지원 방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정한 22개 경제개발구 개발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고려해, 국내 금융사가 필요자금 조달에서 할 수 있는 역할과 범위를 검토할 계획이다. 연구에서 가장 큰 난관은 ‘제한된 정보’다. 박 센터장은 “경제학의 다른 연구 분야와 달리 공개된 ‘1차 정보’가 거의 없어 기존 문헌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관련 연구진과 전문가들의 네트워크, 정보 공유가 중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은 다음달부터 ‘북한금융포럼’을 비공개로 열고 국내 금융사 등과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금융협력이 이뤄지면 실무를 맡을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 하나·신한·우리은행 등 민간은행들도 최근 북한경제연구를 위해 속속 인력을 확충하거나 조직을 확대하는 추세에 있어, 향후 결과물에 관심이 쏠린다.
글·사진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