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이 약 60억원 상당의 주식 20개 종목에 대해 공매도 결제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4일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삼성증권 배당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엄격히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터라 파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감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은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골드만삭스 자회사로 런던에 있는 투자은행)로부터 주식 공매도 주문을 위탁받아 20개 종목(138만7968주, 약 60억원)에 대해 주문을 냈다. 결제 이행은 이틀 뒤인 1일 이뤄져야 했는데, 골드만삭스 쪽은 이날 오후 4시까지 결제 증권을 납부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일부 주식에 대해 주식대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하여 발생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국내에선 주식을 빌려 공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하지만, 무차입 공매도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1일 결제를 이행하지 못한 골드만삭스는 이날 한국거래소에 증권 대신 현금 60억원 상당을 이연결제대금으로 납부했다. 제때 증권을 납부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이연결제대금을 납부하고 다음 날로 결제를 미룰 수 있다. 다음날도 결제를 하지 못하면 하루까지 더 미룰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4차례 주식 이연결제대금을 납부한 사례가 있었다”며 “다만 무차입 공매도 형태가 아니라 펀드 환매일과 겹친다거나 외국인 결제지시서 도착이 늦어지는 경미한 사안들이었다”고 설명했다. 2012년 거래소가 도입한 이연결제제도는 장내외 연계결제 때문에 생기는 결제교착이나 외국인 결제지시서 미도착 등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 결제를 미뤄주는 제도다.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은 미결제 종목 20개 종목 중 19개를 1일 매수했고, 나머지 1개 종목은 4일 차입해 결제를 완료한다고 금감원 쪽에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쪽은 결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착오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미결제 사고와 관련해 이날부터 15일까지 8영업일 동안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을 검사하기로 했다. 주식대차 및 공매도 주문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위탁자인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의 주식 공매도 경위에 대해서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무차입 공매도로 확인되면 골드만삭스 쪽은 자본시장법상 1억원까지 과태료를 낼 수 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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