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상담서비스 등 인공지능 활용
24시간 쉼없이 일하며 처리속도 높여
해당업무 일하던 직원 구조조정 우려도
24시간 쉼없이 일하며 처리속도 높여
해당업무 일하던 직원 구조조정 우려도
최근 보험업계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이용한 업무자동화가 확산하고 있다. 업무처리 전반을 개선해 경영효율화를 제고하기 위한 것인데, 업계의 기존 틀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관심을 끈다.
보험업계에서 인공지능 로봇 활용은 2016년 말 라이나생명과 디비(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이 카카오톡 채팅을 기반으로 한 챗봇(채팅+로봇)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작됐다. 기존 상담사가 전화를 받아 처리하던 보험금 청구 방법, 구비서류 안내 등을 로봇이 채팅을 통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디비손보 쪽은 “1000여가지 지식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문의에 응대하는데, 하루 평균 이용량이 1만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챗봇은 이후 여러 보험사로 확산하고 있다. 또 기존 키워드 기반에서 대화 기반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지난달 삼성생명은 2세대 챗봇 서비스 ‘따봇’을 내놨다.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기계 학습기술인 딥러닝 기술을 토대로 개발돼, 대화의 맥락을 이해해가며 고객에 응대해준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흥국화재도 상품 소개나 대출 등 고객 문의에 답해주는 채팅로봇 ‘흥미봇’을 내놨다.
그에 앞서 지난 3월엔 에이아이에이(AIA)생명이 채팅(챗봇)과 전화통화(로보텔러)를 통해 1대1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콜센터 ‘에이아이에이 온’(AIA ON) 서비스를 확대 개편했다. 역시나 상품·지점 안내 등 단순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존 챗봇에서, 일상 언어를 통한 상담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채팅뿐 아니라 음성통화까지 서비스 채널을 늘린 점도 눈길을 끌었다.
비단 상담 영역만이 아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인공지능을 활용해 변액보험을 관리하는 ‘변액보험 에이아이 사후관리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가 펀드 포트폴리오(자산배분 구성)를 매달 추천해주고, 챗봇을 이용해 24시간 고객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10월 반복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처리하는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 ‘라이나봇’을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한달여 테스트 기간을 거쳐 계약관리, 고객서비스, 영업운영, 보험금 심사, 언더라이팅(보험인수 심사), 품질 모니터링 등 34개 프로세스에 적용했는데, 하루 약 23시간이 소요되던 반복 업무가 약 1.87시간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아이엔지(ING)생명도 신계약, 데이터 산출, 고객관리, 보장내용 관리 등 33개 업무에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 시스템을 1월 시범 도입 뒤 3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회사 쪽은 “‘수수료 검증을 위한 기초데이터 산출’ 처리시간이 기존 12시간 이상에서 4시간으로 줄고, ‘계약유지율 분석을 위한 기초데이터 산출’도 기존 90분에서 30분으로 단축되는 등 전체적인 업무처리 속도가 평균 51% 향상됐다”고 밝혔다.
24시간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인공지능 노동자’가 등장해 확산하는 중인데, 이를 통해 고객은 편리함을 얻고 보험사는 원가절감을 통한 경영효율화를 제고할 수 있다. 향후 변화의 폭은 더욱 클 전망이다. 인공지능 챗봇이 고도화되면 개인마다 다양한 기호·필요에 맞는 맞춤형 상품가입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설계사 영역을 대체하게 되면, 보험산업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인터넷전문은행 같은 인터넷전문보험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도 인공지능·빅데이터와 결합해 진화해가면, 적용범위가 추론이나 판단이 필요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경우 본사(본부) 직원들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 대형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20년 전만 해도 한해 200명가량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지금은 40~50명 수준이다. 앞으로는 그나마도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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