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패할 것으로 점치고 있는 것일까?
26일(현지시각)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한 최근 3개월간 주가와 통화가치 변화를 비교하면, 미국 증시의 에스앤피(S&P)500 지수는 4.2% 상승한 반면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10.2% 하락했다. 상하이지수는 올 들어 14% 급락해 2016년 9월 이후 한번도 내주지 않던 3000선이 이달 들어 붕괴된데 이어 현재는 2800선으로 주저앉았다. 통화가치의 변동도 같은 방향이다.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달러화지수는 3개월 새 5.3% 오른 반면 위안화 가치는 4.7% 절하됐다. 지난 3월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본격적인 통상 압박에 나서면서 달러당 6.2위안에서 움직이던 위안-달러 환율은 현재 6.6위안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만 보면, 중국의 ‘판정패’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관세 맞불로 ‘빅2’의 무역전쟁 우려가 확산되면서 불똥은 신흥국 시장으로 튀었다. 한국의 코스피와 원화 가치도 3개월새 4% 넘게 떨어졌다. 원화 약세는 환손실을 우려하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를 촉발하고 이는 다시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진행 중이다. 달러 강세에도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꿋꿋이 버티던 원화는 북미 정상회담 종료 이후 미국의 통화 긴축 등 악재를 한꺼번에 반영하며 급격한 약세로 돌아섰다.
중국은 ‘한 대 맞으면 주먹으로 돌려준다’며 버티고 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뾰족수는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중국 쪽 비장의 카드로 곧잘 거론되는 미국 국채 매각은 금리상승에 따른 국채 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위안화 절하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데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국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무역분쟁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극적인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정보기술(IT) 분야의 관세로 싸움을 걸고 있고, 중국은 대두와 옥수수 등 농산물 관세로 방어하고 있는 형국이다. 농산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밀집된 미 중부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어 갈수록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관세 효과로 봐도 미국이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농산물은 국내에서 대부분 생산돼 관세로 인한 타격이 고스란히 미국에 돌아온다. 반면 정보기술 제품은 여러나라의 부품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충격이 분산된다는 것이다.
무역전쟁으로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면 미국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매출과 이익의 30~40%를 해외에서 얻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어서다. 이런 탓에 미국 금융시장도 요즘 흔들리고 있다. 최근 1주일만 놓고 보면 다우지수와 에스앤피 500지수는 1% 넘게 하락했고 달러도 더이상 강해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최고치를 갈아치울때마다 자신의 성과로 자랑하던 트럼프가 최근 들어선 증시에 대한 트윗을 중단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역설적으로 미국 금융시장이 하락하는 게 무역분쟁 완화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