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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달콤한 금융이익 좇다 와르르…GE 신화의 몰락

등록 2018-07-01 17:57수정 2018-07-01 18:23

[다우지수서 퇴출된 ‘혁신의 아이콘’]

140년 전통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
1980년대 들어 ‘탈제조업’ 전략
혁신기술 개발 투자 줄이며
금융·방송·의료기기로 ‘문어발 확장’

금융위기에 휘청 정부에 손벌려
다시 “디지털 제조업”…성과는 못내
최근 1년새 자산 1000억달러 증발

CEO 플래너리 구조조정 시험대
파산설 극복하고 옛 영광 되찾을까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제너럴일렉트릭(GE·지이)만큼 혁신 그 자체인 기업도 없었다. 1878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세운 전구회사가 모태가 된 지이는 어두운 밤에도 ‘빛’을 전하는, 시작부터 혁신적인 스타트업이었다. 이후 지이는 가정과 산업의 편리와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한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 됐다. 20세기 초 지이는 전기 토스터부터 전자공학의 시작을 가능케 한 진공관 발명은 물론 엑스레이와 전기 기관차까지 시장을 개척하며 역사를 만들어냈다.

지이가 100년 넘도록 미국 경제의 산증인이라는 사실을 보증한 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였다. 지이는 1907년부터 111년 동안 미국 대표 기업 30곳으로 구성된 다우지수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그런 지이가 지난 6월26일(현지시각) 다우지수에서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실적 악화로 지난 1년 새 주가가 55% 떨어지고, 자산이 1000억달러나 증발하면서다. 다시 ‘재도약’과 ‘추락’의 기로에 선 지이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2008년부터 드리워진 그림자

지이의 시가총액은 6월29일 기준 1201억달러다. 미국에서 가장 몸값이 높았던 시절인 2000년(5883억 달러)에 견주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이의 발목을 잡은 것은 금융업을 비롯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지이를 이끈 잭 웰치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이 기간동안에 지이의 사업전략은 한마디로 ‘탈제조업’이었다. 소형가전·반도체 등 제조업 부문을 매각하는 한편, 금융회사와 엔비시(NBC) 방송, 의료기기회사 등을 적극 인수한 것이다. 2000년 지이의 매출은 1298억달러에 달했는데, 전체 매출의 40 % 이상이 금융과 방송 등 비제조업 부문이 차지했다. 시가총액이 20년 사이 43배까지 늘어나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이름을 떨치던 시절이다.

자연스레 혁신적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지이캐피털을 중심으로 금융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객이 지이 가전제품이나 산업기기를 사는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리스하는 판매금융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엔 제조업으로 쌓은 신용도를 발판으로 기업어음(CP)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장비 대여, 차입매수, 서브프라임 모기지 거래 등 금융업 전반에 손을 댔다. 이런 사업 확장은 단기적으로 주주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지이가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다. 실적을 이끌어오던 지이캐피털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이는 연방예금보험공사에 손을 벌리는 처지로 전락했다.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기업어음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금융위기 전만해도 42달러까지 올랐던 지이의 주가는 6달러대까지 폭락했다. 당시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지이에 1390억달러 보증대출을 해줬다. 잭 웰치 회장에 이어 최고경영자(GE)에 오른 제프 이멜트는 오마하로 날아가서 워렌 버핏에게도 30억 달러를 투자받았는데, 버핏의 투자 조건은 “제조업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다시 구조조정 시험대 올라

이멜트는 곧바로 잭 웰치가 벌여놓았던 일을 수습하는 처지에 놓였다. 2009년 방송사를 팔고, 2015년엔 지이캐피털 자산의 90%를 매각했다. 그와 동시에 ‘디지털 제조업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실리콘밸리로부터 배운다며 구글과 애플 등을 돌아다녔다. 아이티 업계에서 일어나는 ‘창조적 파괴’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본 것이다. 지이는 대규모 공장, 컨베이어 벨트 등으로 상징되는 제조업을 넘어 산업기기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서비스 판매 등에 주목했다. 산업기기에 부착된 센서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기기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등의 사업이 지이의 목표가 됐다.

2011년 지이는 캘리포니아에 소프트웨어 개발 센터를 두기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2천명에 이르는 실리콘밸리 인재를 영입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온 것이다. 이런 전략의 큰 방향은 바람직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전력발전 등 다른 부문의 적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의 황인경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제조업 기업으로 가겠다는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다른 기업들보다 이른 감이 있었다. 인수합병 등 지속적인 투자로 재무 상황이 나빠진데 견줘 새로운 투자에 따른 수익은 예상보다 빨리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취임한 존 플래너리는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구조조정 등을 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6월26일 구조조정 계획 발표에서는 내년 말까지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해 우량 사업 위주로 사업을 전면 재편한다고 밝혔다. 플래너리는 기존 8개 사업부에서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항공·발전·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한 3대 사업부만 남기기로 했다. 플래너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두고 일부에서 ‘지이의 파산’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해 “파산이 아닌 해방시키는 것”이라며, 조직이 가벼워지는 “지이의 회춘”이라고 밝혔다. 다우지수에서 퇴출당한 날, 지이의 분사 소식 등에 힘입어 뉴욕 증시에서 지이는 7% 이상의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의 주력 산업 자체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지이의 회생이 어려워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우지수에서 지이가 물러난 자리에 새로 편입된 종목은 세계 최대의 약국 체인을 운영하는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였다. 3년 전인 2015년에도 100년의 역사가 넘는 미국의 거대 통신회사 에이티엔티(AT&T)가 나가고 애플이 그 자리를 꿰찬 바 있다. 데이비드 블리처 에스앤피(S&P)다우지수위원회 위원장은 지이의 다우지수 퇴출을 두고 “지이와 같은 제조업 기업이 더 이상 미국 경제에서 두드러지지 않는다. 금융·의료·정보기술·소비재 기업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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