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개월만에 최저치로 마감
코스닥도 폭락…800선 무너져
미-중 무역전쟁 ‘맞불’ 격화되고
미 연준 금리 인상 명분까지 생겨
달러 강세 진정 때까지 기다려야
코스닥도 폭락…800선 무너져
미-중 무역전쟁 ‘맞불’ 격화되고
미 연준 금리 인상 명분까지 생겨
달러 강세 진정 때까지 기다려야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코스피 2300선이 1년 1개월여 만에 붕괴됐다. 지수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일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대세 상승장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코스피는 2.35%(54.59) 급락한 2271.54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3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5월19일(2288.48)이후 처음이다. 이날 지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10일(2270.12) 수준으로 후퇴했다. 지난 1월29일 기록한 최고치(2598.19)에 견주면 12.6%(326.65)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도 3.47% 폭락해 올 들어 첫 800선이 무너졌다. 원화도 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5원 상승하며 다시 112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안팎의 악재에 포위돼 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이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6일 1차로 상대방 수입품에 340억 달러 규모의 관세(25%) 맞불을 놓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낼 계기도 생겼다.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주요하게 감안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에 마침내 목표치인 연 2.0%에 도달했다. 그러지 않아도 신흥국 증시는 미국의 통화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하락을 ‘고산병’에 빗대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시장의 ‘산소’인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져 체력이 약한 신흥국의 자산과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도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위험자산인 원유의 가격 상승은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인 재료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상승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가 아닌 중동 정세 등 공급 불안에 기인한 것이어서 외려 물가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경기 둔화도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는 요인이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꺾인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세계 교역량 감소로 이어져 우리나라 수출을 더 약하게 만들 게 분명하다. 수출이 부진하면 그만큼 기업들의 이익 증가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국내 업종 가운데 필수소비재의 이익 기대감이 가장 높다는 점도 좋지 않은 징조다. 에스케이(SK)증권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증시의 주요 변수로 달러 가치 향방을 꼽는다. 달러 강세가 멈춰야 위안화 절하가 진정되면서 원화 가치도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등 신흥국 증시는 자국의 통화가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또 ‘고래’들의 무역전쟁이 잦아들기 전까지는 주식 등 위험자산과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나온다. 트럼프가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에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선 안된다는 이유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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