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 중국 샤오미가 오는 9일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설립 8년 만에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도약한 회사이지만 “미-중 무역분쟁의 최대 희생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흉흉한 증시 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샤오미의 이번 기업공개는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기술주 분야에서 최대 규모다. 최근 홍콩 증시도 급락을 면치 못한 탓에 샤오미의 공모가는 희망가격 범위의 하단(17홍콩달러)에 결정됐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540억 달러로 애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1천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샤오미는 2010년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에서 레이쥔 회장과 7명의 엔지니어가 의기투합해 탄생했다. 이들은 ‘좁쌀’ 죽을 먹으며 꿈을 키웠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샤오미로 지었다. 샤오미는 창업 1년 만에 자사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미원’(Mi1)을 시장에 내놨다. 출시 3시간 만에 10만대가 완판됐다. 출고가가 1999위안(약 34만원)으로 아이폰의 절반도 안 된 덕분이다. 디자인과 기술 혁신은 찾아볼 수 없어 ‘아이폰 짝퉁’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샤오미는 이런 딱지를 부인하기보다는 되레 ‘모방’과 ‘가성비’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웠다. 후속작이 잇달아 성공해 창업 3년만인 2013년 중국 시장 판매량에서 애플을 뛰어넘었다. 이듬해에는 삼성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기술 혁신으로 수요를 창출하기보다는 ‘80% 사용자의 80% 수요를 만족시키는 이른바 ‘80/80’ 원칙으로 중저가폰의 대중 소비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는 하드웨어 사업의 순이익률이 5%를 초과하면 고객에게 반환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샤오미 성공의 내면에는 강력한 소프트웨어의 힘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레이쥔이 “돼지도 날 수 있다”며 가리킨 ‘태풍의 길목’은 회사 로고로 쓰인 ‘미(Mi)’, 즉 모바일 인터넷이다. 자체 플랫폼인 ‘미유아이(MIUI)’를 스마트폰보다 먼저 개발한 이유다. 샤오미는 미유아이에 사용자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실시간 소통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런 노력의 결과 ‘미펀’이라는 강력한 팬덤이 탄생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품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온라인 판매자를 자처했다.
샤오미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모든 기기를 인터넷으로 초연결시키는 사물인터넷에 역점을 뒀다. 사물인터넷 연결 기기 수 기준 샤오미의 점유율은 1.7%로 애플(0.9%)과 아마존(0.9%), 구글(0.6%)을 넘어선 1위로 집계됐다. ‘샤오미 생태계’는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해 플랫폼으로 유통하는 시스템이다. 국내에도 익숙한 웨어러블, 공기청정기, 청소기, 스마트 밥솥 등도 이들이 생산했다. 이 모든 기기는 미유아이를 통해 연결되고, 스마트폰으로 구동된다. 미유아이는 현재 가입자 3억명을 돌파하며 사물인터넷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샤오미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냉담한 데는 낮은 수익성 탓도 있다. 샤오미는 최근 3년간 2차례 적자를 냈다. 삼성증권은 “중국 신경제를 대표하는 샤오미의 성장성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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