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란 다야니 가문에 730억원을 줘야한다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 제도(ISDS)’ 판정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란 쪽과 채권단 사이의 문제인 데다 다야니 가문은 한국에 투자한 투자자로도 볼 수 없어 애초에 아이에스디에스의 관할 영역이 아니라는 게 정부 쪽 주된 논리다.
4일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는 “영국중재법상 취소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관할지인 영국고등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3일 제기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취소 사유로는 우선 다야니 가문의 중재신청은 한국 정부가 아닌 채권단(39개 금융기관)과의 법적 분쟁에 대한 것이므로, 한-이란투자보장협정상 아이에스디에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재판정부는 채권단 가운데 하나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한국 국가기관으로 인정했지만, 정부는 “캠코는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으로 볼 수도 없고, 캠코의 행위가 대한민국에 귀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야니 가문은 싱가포르 법인인 디앤에이(D&A)에 투자했을 뿐, 한국에 투자를 한 것이 아니어서, 한-이란투자보장협정상 투자자로도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디앤에이가 대우일렉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계약금을 납부한 사실만으로는 한-이란투자보장협정상 투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별도로 중재판정부에도 판정문상 여러 오류에 대한 정정신청과 계약해지의 적법성 및 계약금 몰취의 정당성 등 한국 정부의 주요 주장에 대한 판단 누락에 대해서 추가판정을 신청했다.
이란의 엔텍합인더스트리얼그룹(엔텍합)의 대주주인 다야니 가문과 한국 정부와의 분쟁의 씨앗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엔텍합은 2010년 4월 캠코가 진행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같은 해 11월 보증금 578억원을 내고 본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캠코는 2010년 12월 매매계약을 해지했다. 엔텍합이 투자확약서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다야니 쪽은 2011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권단을 상대로 매각절차 진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이듬해 2월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결국 다야니 쪽은 2010년 한국 정부가 이란 투자자에 대해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에 담긴 공정·공평한 대우 원칙을 위반하며 인수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수했다며, 보증금과 이자 등 935억원을 반환하라고 2015년 9월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6일 캠코가 한국 정부의 국가기관으로 인정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가 청구금액 935억원 중 약 730억원 상당을 다야니 쪽에 지급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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