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근로자추천 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혀, 추이가 주목된다. 윤 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지내던 시절부터 근로자추천 이사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윤 원장은 또 3년 만에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 부활을 예고하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면 금융회사와의 전쟁이라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9일 취임 두달을 맞아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우선 올해 4분기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근로자추천 이사제 관련 공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제도를 도입했는지 여부와 도입했을 경우 관련 내용, 이사 선임 사유 등을 공시 대상의 예시로 들었다. 또 근로자추천 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도 열 계획이다.
윤 원장은 이날 “‘국내 노사 문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생각을 알기 위해 이사회라는 장에서 논의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며 “공청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소통의 채널을 열어 논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추천 이사제는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윤 원장이 이끌고 있던 금융행정혁신위는 금융당국에 근로자추천 이사제 도입을 권고했지만,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노사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며 유보적 태도를 드러낸 바 있다. 근로자추천 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노동이사제’(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두 차례 케이비(KB)금융 주주총회에서 각각 하승수 변호사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근로자추천 이사로 안건이 상정됐으나 부결됐다.
금융회사가 2~3년마다 한번씩 받아온 종합검사도 올해 4분기부터 부활된다. ‘금융 검찰’로서의 면모를 되찾겠다는 금감원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지난 4월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최근 피투피(P2P) 부실 대출 등의 사태를 언급하면서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는 최근 금융권에서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어서, 단기적으로 감독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는 2015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금융사 자율성 강화와 ‘컨설팅’ 검사를 강조하면서 폐지됐었다. 다만 금감원은 차례대로 번갈아 종합검사를 시행하던 과거 관행과는 달리, 감독 중점사항 등을 잘 준수하고 있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검사를 면제해주는 유인책을 쓰겠다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은 ‘셀프 연임’ 억제를 위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경영승계 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올해 4분기 지배구조 부문에 대한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를 강화하고, 내년엔 금융사 지배구조·내부통제를 전담하는 전문검사역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은행 대출금리 과다산정과 관련해, 금감원은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경남, 케이이비(KEB)하나, 한국씨티은행은 잘못 산정해 더 받은 이자 26억6900만원을 환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자를 잘못 부과해도 은행에 대한 뚜렷한 제재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감원은 대출금리 부당부과 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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