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추가 감리를 요구한 데 대해 금융감독원은 “증선위 의견을 존중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전례 없는 일로 검토할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어서 적잖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13일 금감원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증선위가 지난 6월부터 두달에 걸쳐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내용에 대해 존중한다”며 “증선위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구체적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고의로 판단된 위반사항에 대해 신속히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여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12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공시 누락에 대해선 고의성을 인정하고 임원 해임 권고와 검찰 고발 등 중징계를 내렸지만, 핵심 쟁점인 회계분식, 즉 2015년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증선위는 금감원에 “혐의와 처분 내용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며 추가 감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증선위 결정에 따라 법적으로 감리 위탁기관인 금감원은 감리를 이행해야 한다”며 “이것은 증선위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증선위가 “(회계부정) 위법행위 동기 판단에 2015년 전후 사실관계가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함에 따라, 금감원은 애초 조치안 외에 증선위가 요구한 2012~2014년에 회계처리 방식을 추가로 감리해야 할 상황이다. 증선위는 이미 금감원이 검토를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일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금감원은 현재로선 감리 방식과 시기 어느 것도 단정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 위원장은 “이미 금감원이 (2015년 이전 회계도) 검토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연내에도 마무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증선위에서 재감리를 요구한 일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라, 단순 회계 문제뿐만 아니라 행정절차법 등 전체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다”며 “실무적으로 명확히 정리하기까지 상당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증선위 결정에 대해 13일 참여연대는 “증선위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묵살해 삼성바이오에 면죄부를 줬다”며 다음주께 삼성바이오를 분식회계 등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바이오 회계기준 위반 사안은 투자자-국가 분쟁조정제도(ISDS)에서 쟁점이 될 수도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박근혜 전 대통령 등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최소 7억7천만달러(약 8654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아이에스디에스를 제기했다. 당시 제일모직이 보유하던 삼성바이오 지분을 근거로 엘리엇이 주장을 강화하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대비 6.29% 하락한 40만2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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