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퍼블리카의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 토스 누리집 갈무리.
국내 간편송금 시장에서 토스와 카카오페이가 점유율 95%를 차지하면서 양강구도를 굳히는 모양새다. 간편송금 서비스는 국내에 출시된 지 3년6개월로 비교적 짧은 역사지만, 편의성을 강점으로 연 300%대 성장세를 구가하며 2030 세대의 생활 속에 빠르게 파고들었다.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자금융업자의 간편송금 거래현황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간편송금 시장은 2015년 2월 국내에서 간편송금 서비스 첫발을 내딛은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가 선두업체고, ‘카카오페이’가 2위로 바짝 추격중이다. 금감원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7개사 간편송금 이용 고객 중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이용 고객수가 864만5720명으로 전체의 95.3%를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이중 토스 고객수가 약 800만명에 이른다.
이 2개 업체는 지난 5월 말 기준 이용금액(96.4%)이나 이용건수(97%)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토스는 이용 금액이나 건수 측면에서 모두 업계 1위인데, ‘공인인증서 필요없는 간편송금’을 내세워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카카오페이는 2016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해 토스보다 1년여 늦었지만,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무료 송금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 건수와 금액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5월말 기준 간편송금 서비스 이용건수는 1억6293만건으로, 올해 연말까지 환산하면 3억9103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간편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는 7개 업체의 이용건수는 지난해 2억3633만건으로, 2016년(5113만건)과 비교하면 362.2% 증가했다. 지난 5월말 기준 서비스 이용금액은 11조6118억원으로, 이미 2017년 전체 이용금액과 유사한 수준으로 ‘급성장’하는 중이다. 연령별 고객 비중은 20대(58.1%)와 30대(20.0%)가 대부분(78.1%)을 차지했고, 20대 미만(9.0%), 40대(8.3%), 50대(3.9%), 60대 이상(0.7%) 순이었다. 간편송금 앱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20~30대 위주로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간편송금 서비스 업체들의 외형은 급격히 성장중이지만 정작 선두 업체들조차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은행에 송금 건당 수수료(150~450원)를 지불하면서, 고객들에게는 송금 수수료를 ‘완전 무료’ 또는 ‘특정 조건 하에서 무료’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송금 서비스 이용자 수를 늘려, 금융 플랫폼 역할을 하며 다른 부가 서비스에서 이익을 낸다는 전략이다. 카카오톡이 무료 메신저 서비스로 ‘집객’부터 한 뒤, 각종 서비스를 붙여 수익을 낸 것과 같은 방식이다. 벤모 등 해외 핀테크 업체들도 이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금융당국은 업체들의 리스크 관리를 주시하고 있다. 설령 업체가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더라도 고객 자산(미상환 잔액)을 보호할 수 있도록 내년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간편송금 서비스가 연결된 은행 계좌에서 선불식 충전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충전 잔액은 업체가 관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 자산 중 일정 비율을 외부 기관에 예치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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