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 제공.
생산시설과 원재료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동산담보대출이 잔액 기준으로 약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 담보대출과 대응되는 개념으로, 생산시설과 같은 유형자산, 원재료, 완제품, 농·축·수산물, 매출채권, 지적재산권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금융위는 올해 3분기 동산담보대출 취급 잔액이 2345억원으로, 지난 2분기 2063억원과 비교하면 28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번 3분기에 은행권이 515억원 상당의 동산담보대출을 취급했기 때문인데, 동산담보대출 잔액이 증가한 것은 2014년 1분기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5월 금융위가 ‘동산금융 활성화 전략’을 발표한 뒤, 시중은행이 8월말 내규를 고치고 본격적으로 관련 대출 상품을 내놓으면서 동산담보대출이 다시 반등했다. 동산담보대출은 지난 2012년 6월부터 시작됐으나 2013년말 은행이 모르는 사이에 동산담보물이 경매처분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2014년 1분기부터 꾸준히 대출 규모가 줄었다. 정부는 부동산 담보와 공적보증에 의존하는 은행의 기업대출 관행이 창업·중소기업에 높은 문턱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다시 동산금융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시중은행이 지난달부터 동산담보대출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동산담보 취급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대로라면 대출이 불가능한 한 화장품 유통업체는 화장품 완제품을 담보로 10억원을 대출받았다. 또 다른 기업은 이동식 크레인을 담보로 2억5천만원을 대출받았다. 한 기계제조업체는 ‘초정밀 고속 가공기’를 담보로 제공하여 2.79%포인트 금리우대를 받기도 했다. 동산담보물의 특성상 사후관리가 중요한데, 은행권에서는 사물인터넷(loT)을 활용해 담보물 이력관리를 하고 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우리 중소기업은 600조원에 달하는 동산을 갖고 있는 반면, 금융에 활용되는 동산은 2천억원에 불과하다”며 “은행권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금융위는 법무부와 ‘동산담보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은행권의 담보물 관리부담을 최소화하는 ‘신기술 기반 사후관리 표준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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