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더불어민주당, 청와대, 금융위원회 인사들이 모여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사진 금융위 제공
정부가 새로 창업한 비상장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원금손실 위험이 큰 사모펀드 등에 돈을 넣을 만한 개인 전문투자자의 저변을 넓히고,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또 일반인들도 이런 투자에 간접 참여할 수 있도록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제도도 도입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올해 12월부터 내년 1분기까지 관련 제도개선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제출을 순차적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혁신과제에선 비상장사 투자 활성화를 위해 사모발행·소액공모·크라우드펀딩 등 자금조달 창구 관련 규제들을 대폭 완화한 게 눈에 띈다.
먼저 사모펀드 등 발행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사모발행 시 일반투자자의 경우 일대일로 최대 49인까지만 청약권유가 허용됐으나 앞으로는 청약권유엔 제한이 없어진다. 향후엔 실제 청약한 일반투자자 숫자만 49인을 넘지 않으면 된다. 전문투자자만을 상대로 할 경우엔 일대일 청약권유뿐 아니라 광고나 에스엔에스(SNS) 등으로 공개 자금모집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 특히 사모펀드는 기관투자자를 뺀 총 투자자 숫자 규제도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
개인 전문투자자의 저변도 확 넓힐 계획이다. 기존엔 전문투자자가 되려면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이면서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이거나 총자산이 10억원 이상이어야 했다. 이 때문에 개인 전문투자자 저변이 미국은 전체 가구의 8.2%로 1010만명에 이르지만, 우리는 전체 가구의 0.007%로 2천명에 그친다. 이에 우리도 문턱을 대폭 낮출 방침이다. 예를 들어 투자경험은 금융투자상품 5천만원 이상의 잔고를 1년 이상 유지하는 정도로, 손실감내 능력은 연소득 1억원 이상인 개인이거나 부부합산 1억5천만원인 가구 또는 주택을 뺀 순자산이 5억원 이상인 가구 등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또 변호사·회계사 등 자격증 소지자도 전문투자자 범위에 추가할 방침이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최대 15만명까지 전문투자자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도입하기로 한 미국식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는 우회상장을 전문으로 하는 ‘스팩’과 유사하지만 중소기업 투자나 대출을 전문으로 자금을 모집해 상장하는 것으로,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다.
또 향후 중소기업 조달금융 전문 증권회사가 나오도록 건전성 규제 등을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럴 경우 2023년까지 28개의 전문 증권사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또 증권사 영업행위와 관련해 사전 규제를 대폭 줄여 업계 자율성을 높이고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런 규제완화 뒤 사후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과징금 부과액을 높이는 등 투자자보호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잦았던 탓에 향후 제도변경안 마련과 법령개정 과정에서 투자자보호 수준을 둘러싼 논쟁이 예상된다.
한편 최종구 위원장은 “자본시장법을 2009년 시행한 지 10년인데 자본조달 체계가 크게 변한 게 없어서 민간자금이 중소기업에 쉽게 흘러가게 자본조달 체계를 과감하게 재설계했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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