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자영업자단체 회원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축소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다. 카드업계는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부가서비스 유지 기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카드사가 기존 혜택을 줄였을 때 그간 법원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6일 금융당국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와 업계·전문가들로 구성된 관계기관 태스크포스는 그동안 작업해온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원가) 산정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중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카드 수수료율을 발표할 계획이다. 3년마다 당국은 적격비용을 산정해 수수료율을 조정하는데, 이번 원가 산정의 핵심은 마케팅비 축소에 있다. 카드 수수료 원가에는 자금조달비·위험관리비·마케팅비 등이 포함된다. 당국은 조달금리 등 시장의 영향을 받는 다른 비용 대신 ‘과도한 마케팅비’를 줄여 수수료 인하 여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8개 전업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추이를 보면, 2014년 4조1142억원에서 지난해 6조724억원으로 급증했다. 카드사 총수익 대비 마케팅 비용은 2014년 21.5%에서 지난해 29%로 치솟았다. 마케팅비엔 부가서비스·무이자할부·광고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74%가 부가서비스 비용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상당한 수수료 인하”를 공언한 상황에서, 카드업계는 수수료 수입 감소로 줄어드는 수익을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해 보전해야 한다며 기존 부가서비스 축소를 쉽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면 조건이 까다롭다.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25조엔 카드사나 서비스 제휴업체가 휴업·도산·경영위기 등을 겪거나, 카드 신규 출시 이후 3년이 지났고 서비스를 유지하면 상품 수익성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만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업계는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을 1년으로 줄여주거나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도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포인트와 마일리지 같은 카드 사용자 혜택을 어려운 가맹점들이 부담을 진다. 부가서비스 규모도 적정화해야 한다”며, 부가서비스 축소 방침을 명확히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감독주체인 금융감독원은 공감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앞서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줄여 소송에 휘말린 카드사들이 모두 법원에서 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부가서비스 변경 약관을 감독규정에 맞게 승인해줘도 정작 법원에서 패소할 수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011년 ‘아시아나클럽 마스타카드’의 마일리지 혜택을 줄였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바 있다. 감독규정을 지켰지만 법원은 핵심 부가서비스 변경이나 폐지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지 않는 한 카드 유효기간(5년)이 끝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앞서 신한카드도 합병 전 옛 엘지(LG)카드 시절인 2002년 출시한 카드의 마일리지 적립비율을 2005년 축소했다가 소송에서 2심까지 패소한 뒤 상고를 포기해, 10억 마일리지를 돌려줬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와 법원 판례를 고려해, 업계가 기존 서비스를 줄이는 것보다 신규 출시 카드에서 유지 가능한 수준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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