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3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서진산업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공정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옥석 가리기’ 없이 자동차 부품업계가 다 어렵다고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이엠에프(IMF) 거치며 주거래은행과 납품처는 사라졌어도 저희는 살아남았습니다.”
13일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인 서진산업의 한상학(54) 대표이사는 경기 화성공장에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한 대표는 주거래은행인 경기은행은 퇴출당했고, 기아차는 현대차에 합병된 가운데 경쟁력만으로 지난 20년을 버텨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1966년 설립된 서진산업은 국내에 8개 공장을 보유하고, 직원 1480명이 근무하는 1차 자동차 부품업체다. 올해 매출액만 약 6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최근 연일 자동차 산업이 어렵다는 언론 보도 속에서 정작 경쟁력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마저 ‘도매금’ 취급을 당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규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 8월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 등이 조성한 모펀드 약 5천억원과 민간자금 5천억원을 합쳐 1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업구조혁신펀드’ 1호 수혜기업으로 이달 초 선정되면서 약 60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정책금융기관이 부실기업에 돈만 집어넣고 사후 관리는 제대로 안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모펀드(PEF)가 경쟁력은 있지만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기업 등을 선정해 파트너 형태로 사업·재무구조 등을 함께 개선하게 된다.
이날 서진산업 공장을 방문해 간담회를 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민간 주도의 경쟁력 강화 노력에 대한 당부와 함께 “시중은행이 특정 산업의 리스크를 이유로 해당 산업의 대출을 일괄 회수할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업을 선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금융권에 당부했다. 서진산업과 파트너십을 맺게 된 사모펀드 뉴레이크얼라이언스매니지먼트의 신용규 대표이사는 “현장에서 볼 때 ‘선별’과 ‘지원’이 핵심 키워드”라며 “정확한 경영진단과 재무구조 파악을 통해 궁극적으로 서진산업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같은 금융 주도의 ‘옥석 가리기’가 기존 우량기업만 살리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별 과정을 거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칫 우량기업만 살리고 공급망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며 “현재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자동차 협력업체에 대한 현황부터 파악해 단편적인 지원이 아닌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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