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한국에서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이란인들을 위한 전용 ‘핫라인’을 운영한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국내 은행들이 한국에 사는 이란인의 은행 계좌를 해지하거나 발급 요건 등을 까다롭게 둔 데 따른 조처다.
외교부와 금융위원회는 21일 오후 국내 거주 이란인들의 금융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하기 위해 전용 연락망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주한이란대사관에 접수된 이란인들의 금융거래 불편 사항을 금융위·은행연합회가 은행들과 함께 개별 사례별로 이유를 설명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이란인 전용 ‘핫라인’까지 설치한 것은 이란 정부와 대사관 쪽이 “한국이 이럴 수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달 초 외교부 관계자들은 이란을 방문하고, 지난 9일엔 외교부 주최로 주한 이란인 유학생 대상 간담회도 열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한국과 이란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20억달러로, 이란은 우리의 20위 교역 대상국이다.
정부는 이란 정부와 국내 거주 이란인들을 달래는 동시에, 은행에도 이란 국적 민간인의 일상적인 금융서비스 이용은 제한 대상이 아니라며 협조를 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거주 이란인들의 계좌 해지를 요구한 하나은행을 비롯해 까다롭게 심사하는 민간은행들이 자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계좌를 잘 열어주지 않는 행위에 대해 당국이 강제 조처 등을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에 이란인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명시적인 해석을 요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란인은 약 1500명이고, 금융당국이 집계한 이들의 활동성 계좌는 1300여개다. 이달 들어 농협은행 계좌와 더불어 카드 이용이 제한된 국내 거주 이란인 한명은 21일 <한겨레>에 “계좌가 정지돼 교통카드도 작동하지 않고, 다른 은행에서 월급 받을 계좌를 열려고 했는데도 새로 만들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연구교수로 근무중인 또 다른 이란인은 “8년 전 하나은행에서 계좌 3개를 만들어 이용중이었는데, 은행의 비인도적인 조처로 해지해야 했다”며 “앞으로 세컨더리 보이콧 등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절대 하나은행을 쓸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재 하나은행의 이란인 고객 계좌해지 조처에 대해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건으로 조사중이다.
국내 거주 이란인 금융애로 전용 연락망은 다음과 같다. 금융감독원: 02-3145-7064 (시중은행), 02-3145-7206 (지방/특수은행), 은행연합회: 02-3705-5332.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