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신규 진입문이 열린 부동산신탁업에 12곳이 도전장을 던졌다. 부동산 활황으로 가파르게 성장해온 부동산신탁업에 은행·증권·자산운용·사모펀드 등 모든 금융권이 눈독을 들이면서, 금융당국이 인가할 3곳이 어디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27일 이틀 동안 12개사(컨소시엄 포함)가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8일 밝혔다. 은행이 있는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를 비롯해 증권업계에선 한국투자금융지주·대신증권·부국증권이 각각 신청서를 냈다. 신영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키움증권·현대차증권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만들었고, 마찬가지로 바른자산운용과 에스케이(SK)증권이 손을 잡기도 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도 인가를 신청했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에게서 권리를 위탁받은 신탁회사가 해당 부동산을 관리·개발·처분하고 그 이익을 돌려주는 사업이다. 신탁회사는 부동산의 가치를 올린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시장에선 부동산신탁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신탁업 경쟁도평가 결과 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전업 부동산신탁사 11곳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연평균 35%씩 증가했다. 2017년 기준 개별 신탁사 모두 흑자를 내며, 재무건전성 우려도 극히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업계 전체 순이익은 28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8억원(17.6%) 증가하며, 반기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처럼 누구나 탐낼 만한 시장이지만 2009년 이후 진입과 퇴출없이 10년간 11곳 체제를 유지하며, 인가 제약으로 다른 업권과 비교해 경쟁구도가 제한됐다.
특히 금융지주사는 계열사 시너지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토대로 부동산신탁업에서 알짜 수익을 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자산신탁은 올해 상반기에만 순이익 244억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6% 성장했다. 케이비(KB)부동산신탁도 상반기 203억원 순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이번에 부동산신탁업 출사표를 던진 농협금융지주도 이같은 기대를 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 금융업이 포화된 상태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다보니 부동산신탁업 쪽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중앙회 등과 함께 농촌 개발과도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인가 신청 업체들의 △자기자본 △인력?물적설비 △사업계획 △이해상충방지체계 △대주주 적합성 등을 평가한 뒤, 내년 3월 중 최대 3곳에 대해 예비인가를 의결한다. 예비인가를 받은 업체는 인적·물적요건 등을 갖춰 본인가를 신청해, 금융위 본인가(신청 후 1개월 이내)를 받은 뒤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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