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시장으로 분석돼, 소형 또는 전문화된 은행에 대한 신규 인가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을 입증한 이번 평가결과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달 중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추진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가 “은행업의 경쟁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2일 밝혔다. 평가위는 정량분석, 산업구조 등에 대한 보조적 분석, 소비자 만족도 조사 등을 고려해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우선 정량분석에서 은행업은 경쟁시장과 다소 집중된 시장의 경계선에 놓여있었다. 국내 일반은행과 기업·농협·수협은행 등 일반은행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특수은행의 예금·대출시장을 분석했더니, 시장 집중도를 보여주는 ‘허핀달 지수’(HHI)가 1233~1357로 나타났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는 ‘다소 집중된 시장’이며, 미국 법무부 기준으로는 ‘집중되지 않은 시장’이다.
그러나 시장구조, 경영효율성 등에 대한 보조분석과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를 했더니, 은행업 경쟁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평가위는 “상위 6개 은행의 규모가 하위 은행들과 큰 격차를 유지하면서 비슷해지는 상태로 안정화되고 있어 향후 경쟁유인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쟁을 유인할 일종의 ‘메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은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은행이 고객 만족을 위해 경쟁하는지 여부에 대해 보통 이하(46.7점)로 평가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평가위는 “시중은행, 지방은행에 대한 신규인가보다는 혁신을 선도하거나 기존 은행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소형, 전문화된 은행에 대한 신규인가가 보다 적절하다”며 “단기적으로는 현행법상으로도 인가가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정책 제언을 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업 인가단위의 세분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금융위는 이달 중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추진을 발표해 내년 5월께 예비인가를 한다는 방침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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