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으로 유명한 핀테크(금융+기술) 앱 ‘페이코’의 운영사 엔에이치엔(NHN)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앱 안에 ‘금융’ 탭을 새로 만들고, ‘간편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금융 탭 안에서 계좌조회, 신용조회, 대출추천 서비스 등을 한데 묶어 앱 하나로 금융 정보와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업가치만 1조3천억원으로 평가받으며 지난 10일 국내 핀테크 업체 중엔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토스’ 앱을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2015년엔 ‘간편송금’으로 서비스에 주력하며 인지도를 높였지만,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는 30개 가까이 된다. 토스 쪽은 현재 간편결제, 신용조회, 계좌조회, 보험조회, 카드·대출추천, 투자상품 연계 등을 망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초기와 달리 스스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소개한다.
기존 금융서비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간편송금·결제·자산관리 등 각각의 특화 서비스를 내세우던 핀테크 앱들이 점차 비슷해지면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용자가 한 곳에서 웬만한 금융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 위치를 선점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만큼 고객을 사로잡을 차별화 지점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료 신용등급조회만 하더라도 2017년 토스가 처음 출시했지만, 이제 카카오뱅크·페이코·뱅크샐러드·핀다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개인 계좌와 카드 결제 내역 등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로 특색을 드러낸 뱅크샐러드(회사명 레이니스트)도 신용조회와 카드추천, 대출협상 등의 서비스를 늘려나가고 있다. 업계 1위인 토스 관계자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이용자에겐 한끗 차이의 경험이 다를 수 있다”며 “경쟁사를 신경쓰기보다 금융 서비스의 빈 곳을 메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앱들의 ‘플랫폼화’의 이면에는 송금과 결제 수수료로 까먹은 비용을 수익이 나는 다른 서비스로 메꿔야 하는 고민이 놓여 있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은행에 송금 한 건당 수수료만 200원 이상씩 지불해야 하고, 결제도 1% 이하의 수수료를 받긴 하지만 마케팅 지출 비용을 고려하면 역시나 마이너스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신용카드와 대출·투자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해 가입으로 이어지면 해당 금융사에서 떨어지는 수수료가 현재 핀테크 업체들의 공통적인 수익 모델인 셈이다. 송금과 간편결제를 ‘투 트랙’으로 주요 서비스로 밀던 카카오페이도 지난달 피투피(P2P·개인간) 투자상품을 플랫폼에 연계해 ‘완판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카카오톡처럼 초기에 모은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강해지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수월하다”며 “핀테크 앱들이 비슷해지는 과정에서 더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경험한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는 소수의 앱만 살아남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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