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최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내년 상반기에 7~10등급 저신용자를 위한 10% 중후반대 금리의 정책서민금융상품이 나온다. 상환능력이 없는 1천만원 이하 소액연체자의 채무를 면제하는 특별감면제도도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6월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서민금융체계 개편 태스크포스를 꾸린 뒤 여러차례 회의를 거쳐, 서민금융 도입 10년 만에 체계 전반을 손질하는 개편안을 이날 확정했다.
우선 저신용자 대상 ‘긴급 생계·대환자금 정책금융’ 상품이 신설된다. 성실하게 상환하면 해마다 1~2%포인트 금리를 깎아주고, 3~5년 지나 만기가 되면 제도권 금융으로 연계를 지원한다. 대출심사 땐 상환여력 말고도 자금 용도와 상환계획·의지 등도 심사하게 된다. 또 신청자들의 재무진단을 의무화해, 필요하면 채무조정이나 복지서비스도 연계해준다.
그간 서민금융은 취지에 맞지 않게 중신용자 위주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6~2017년에 4대 정책서민금융상품(미소금융·햇살론·바꿔드림론·새희망홀씨) 대출자 가운데 6등급 이상은 61.9%에 이르지만, 8등급 이하는 9.2%에 불과했다. 6등급이면 민간시장에서도 대출받을 수 있지만, 저축은행(약 16%)보다 햇살론(8~10%) 등의 금리가 현저하게 낮아 민간으로 나갈 유인이 없었다. 최준우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한정된 재원으로 우량한 차주보다는 상환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권에서 대출을 못 받는 저신용자 중심으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1천만원 이하 소액연체자가 3년 동안 성실하게 상환하면 남은 빚을 없애주는 특별감면제도 추진한다. 현재 일회성으로 진행 중인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상시화하는 셈이다. 현재 개인회생이나 채무조정 등 신용회복제도는 고정 소득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어,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채무감면율 범위도 현 30~60%에서 20~70%로 확대한다. 아울러 연체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뒤 90일 이후에나 신청할 수 있던 채무조정 신청을 연체 발생 전에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연체 우려 단계에서부터 신용상담을 지원하는 셈이다.
연 7조원 수준의 서민금융 공급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확보가 관건이지만, 금융위는 정부 예산 투입 없이 은행 등 전 금융권으로 출연을 확대하고 상시화한다는 계획이다. 최준우 국장은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3천억원 정도로 금융권에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출연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매해 금융권에서 3천억원 수준을 출연하면, 기존 재원에 더해 보증 재원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햇살론 보증재원인 복권기금 출연은 2020년까지, 저축은행·상호금융 출연은 2024년까지다. 미소금융 재원인 기부금은 추가 유입이 어렵고, 휴면예금은 제도개선 등으로 출연액이 대폭 감소했다. 금융위는 내년도 예산안에 서민금융지원으로 2200억원을 요구했지만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티에프에 참가한 한 민간 전문가는 “이번 개편으로 상담기능을 확충하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빚이 더 커지기 전에 상담기능을 확충해 저신용자를 돕는 게 전반적인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예산 편성에서 뺀 것은) 금융사 위기 땐 몇십조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국가가 서민이 어려울 때는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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