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보다 3배 빠른 속도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2018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해 빚 있는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은 1637만원으로 1년 전보다 8.1% 늘었다. 부채 보유 가구의 지난해 처분가능소득은 5271만원으로 전년에 견줘 2.7% 증가했다. 원리금상환액 증가율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3배에 달하는 셈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31.1%로 1년 전(29.5%)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부채 보유 가구는 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의 3분의 1을 빚 갚는 데 쓴다는 뜻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난해부터 둔화하기 시작했지만, 쓸 수 있는 돈과 비교할 때 가계의 빚 부담은 늘어난 셈이다.
가계의 빚 부담은 통계 작성 이래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1년 부채 보유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은 연 887만원으로 1천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2∼2015년 전년 동기 대비 12~17%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2015년엔 원리금상환액이 연 1539만원으로 불어났다. 2016년 기준금리가 연 1.25%로 떨어지면서 원리금상환액이 1514만원으로 전년 대비 다소 줄었으나 이듬해 바로 반등했다. 2011∼2017년 6년 사이 부채 보유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은 84.6% 급증했다.
기존 부채 보유 가구의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지난달 한은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1.75%로 올리면서, 가계대출금리에도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만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과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 등을 도입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고 있지만, 이미 받아둔 가계부채 규모만 1500조원을 넘겨 대출금리 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가계부채가 누증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높아 대출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비은행 대출, 신용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취약차주의 채무 상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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