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케이비(KB)국민은행지부(국민은행 노조)가 8일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국민은행 경영진 54명이 일괄 사직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퍼포먼스로, 협상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사쪽을 비판했다.
4일 국민은행은 보도자료를 내고 “전 경영진은 8일 예정된 파업으로 영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경우 사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오늘 오후 허인 은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직서를 낸 경영진은 허 행장 이하 부행장, 전무, 상무, 본부장, 지역영업그룹 대표 등 임원 전원으로 54명이다.
국민은행 쪽은 “고객의 실망과 외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민은행 노조는 “은행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짜인 시나리오대로 (사표 제출이라는) 퍼포먼스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사갈등을 야기한 회장과 행장은 사의표명하지 않고 여전히 부행장 이하에 희생을 강요한 부도덕성에 대해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또 “은행은 파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미 지점장들을 불러 비상영업 방안만 고려하는 것을 볼 때 과연 협상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27일 국민은행 노조는 임금·단체협약 협상(임단협) 결렬과 관련해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96.01%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오는 8일 총파업이 시행되면 2000년 주택은행 합병 갈등 이후 19년 만의 파업이다. 성과급 배분 방식, 페이밴드(승진 정체 시 호봉상승 제한), 임금피크제 시점 조정, 점심시간 1시간 보장 등 임단협 안건을 두고 노사가 대립을 지속하다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파업으로 치닫게 됐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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