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부터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3% 수준으로 인상하는 가운데, 주요 차량 부품에 대한 자동차 업체의 가격 인상이 하반기 보험료 추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손해보험협회가 취합한 손보사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을 보면, 현대해상은 3.9%, 디비(DB)손보는 3.5%를 16일 인상한다. 메리츠화재는 4.4%를 올린다. 19일엔 케이비(KB)손해보험이 3.5%, 21일엔 한화손보(3.8%)와 롯데손보(3.5%)도 인상한다. 이어 악사(AXA)손보 24일 3.2%, 흥국화재 26일 3.6%, 삼성화재는 31일부터 3%를 올리기로 했다. 더케이손해보험도 2월 중 평균 인상률 3.1%로 보험료를 올릴 계획이다.
2년 만에 손보사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선 것은 지난해 폭염으로 사고가 늘어나는 등 보험료 수입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손해율)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누적 차보험 손해율은 83.7%였고, 주요 손보사는 지난해 말 기준 90%를 넘겼다. 업계에서는 적정 손해율을 80% 이내로 본다. 정부가 지난해 정비업체 운임(정비수가)를 평균 2.9% 올린 것도 보험사 입장에선 핵심적인 손해율 인상 요인이다.
보험업계에선 “보험료 평균 3% 수준의 인상은 정비수가 정도만 반영한 것”이라며 “주요 부품 위주로 가격도 크게 뛰어 보험료에 반영되면 소비자에게 추가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각 회사가 공시한 자동차 업체별 주요 부품 인상률을 봤더니, 현대자동차는 4.4%, 기아차는 6.6%, 르노삼성 6.7%, 한국지엠(GM) 7.4%, 쌍용차는 2.6% 올렸다. 특히 기아차는 2017년엔 2.6%를 인상했던 터라 인상률이 전년 대비 4%포인트나 늘었다.
자동차 사고 시 자주 교체·수리되는 부품인 트렁크리드(뚜껑)와 앞범퍼의 인상폭은 더 컸다. 2018년 말 기준 현대자동차 그랜저에이치지(HG)의 트렁크리드 가격은 28만5900원으로 2017년 12월(24만900원)보다 18.7% 인상됐다. 기아자동차 케이(K)5의 트렁크리드도 같은 기간 12% 올랐다. 이 두 차량의 앞범퍼도 각각 9.2%, 8.2% 올랐다. 2018년 소비자물가 인상률은 1.5%였고, 해당 부품의 주요 원자재라 할 수 있는 폴리프로필렌 가격은 6.5% 올랐지만 아연도금 강판 가격은 오히려 0.6% 내렸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 수리를 대부분 보험으로 처리하다 보니, 소비자의 직접 반발이 작아서 제조사가 부품을 과도하게 인상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자동차 부품값 인상은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반적인 부품값 인상은 당장 손보사에 부담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소비자가 내는 비용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통상 손보사의 보험금 전체 지출 내역을 100으로 볼 때 차량 부품비가 30을 차지한다. 또 자기차량손해(자차) 보험은 자기부담금이 20% 수준인 만큼 자동차 부품값 인상은 소비자의 수리 비용 상승으로 직접 이어진다.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18% 수준으로 오른 특정 부품도 내부적으로 견디다가 6년 만에 조정한 것”이라며 “재료원가 인상 등 구입가 변동 분을 고려해 일부 품목에 한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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