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5년 안에 관리자급 140여명을 줄여야 공공기관 지정을 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인력 감축 방안 중 하나로 별도 전문 검사역 직군을 운영하는 ‘스페셜리스트’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해 “금감원이 3급 이상 상위직급을 35%까지 맞춰야 국민적 공감대와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23일 말했다. 홍 부총리가 직접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한 기준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열리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앞서 감사원은 2017년 금감원의 방만경영을 지적하며 “상위직급(3급 이상) 인력 규모를 금융 공공기관 수준으로 감축하라”고 통보했다. 지난해 열린 공운위에서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는 대신 △공공기관에 준하는 경영 공시 △채용비리 개선 조치 △상위 부처(금융위) 경영평가 △감사원이 지적한 방만한 조직 구조 개편을 단서로 달았다. 나머지 3가지는 지난 1년간 금감원이 모두 이행했지만, 조직 구조 개편과 관련한 상위직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
상위직급의 ‘금융 공공기관 수준’이 어느 정도냐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10개 금융 공공기관의 상위직급 평균 비율은 30.4%인 터라, 애초에 금융위도 금감원에 30%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비슷한 조직 구조를 가진 금융 공공기관 5곳의 평균은 37.3%라며, ‘10년간 35%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홍 부총리가 35%로 정리하면서 상위직급 축소 기준 논란은 일단락 된 셈이다. 그러나 공운위에서 “10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길다”는 의견을 내면서, 인원 감축 기간은 5년 수준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이날 윤석헌 금감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5년 안에 상위직급을 35%로 감축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필요조건이라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면서 “현재 실무진이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기준 금감원 총인원은 1980명으로, 1~3급 간부가 836명(42.2%)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이를 35%로 맞추려면, 금감원은 5년 안에 3급 이상 직원을 143명 줄여야 한다.
금감원이 민간과 같은 명예퇴직 제도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간 100명이 훨씬 넘는 간부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이에 금감원은 전문 검사역 직군인 ‘스페셜리스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직군과는 별도로 순환보직이 아닌 전문성을 살린 전문 검사역 직군을 만들어, 보직 인사적체도 해소하고 상위직급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지난해 내부 직원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페셜리스트 제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상위직급 비중을 다소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윤 원장도 “위, 아래가 모두 조금씩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으로 (스페셜리스트 도입) 구체적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수지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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