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신용카드사는 연회비와 카드수수료로 버는 이익을 초과하는 규모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출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각종 포인트와 캐시백이 담긴 신용카드는 소비자에게는 혜택이 많은 ‘혜자카드’로 불렸지만, 결국 그 혜택이 자영업자의 주머니(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8개 카드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으로 수익이 줄게 된 카드업계에 새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당근’을 주는 동시에 업계 전반의 ‘비용절감’도 요구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카드업계의 비용절감은 소비자도 부담을 나눠지게 된다. 금융위는 오는 6월까지 카드사 내규 개정을 통해 카드 신상품 수익성 분석을 까다롭게 바꿔 ‘합리적으로 예측된 이익’을 초과하는 새 카드 상품 출시를 어렵게 하기로 했다. ‘합리적으로 예측된 이익’은 가맹점 수수료나 연회비 등 측정 가능한 이익을 가리킨다. 기존에도 감독규정상 카드사는 상품을 내놓기 전에 수익성 분석을 하게 돼 있었지만, ‘대외신인도 제고’, ‘시장선점 효과’ 등 모호한 무형이익까지 예상수익에 포함한 탓에 수익성 분석이 유명무실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도 비용 대비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다만 기존 카드는 소비자 약관 등으로 이미 약속한만큼 당장 무리하게 부가서비스를 줄이기는 어렵다.
금융당국은 또 카드사가 대형가맹점과 법인카드 회원들을 상대로 ‘역마진’이 날 정도로 과도한 판촉비용을 사용하는 것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고쳐 제동을 걸 방침이다. 금융위 조사 결과, 카드사는 대기업 법인회원과 이면계약을 맺고 1% 상당의 캐시백은 물론 복지기금 출연과 해외연수까지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카드사가 법인회원에 결제금액의 0.5% 수준을 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시행령을 고치고 유권해석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위는 대신 카드사 수익 다변화를 위해 각종 새사업을 허용해 주기로 했다. 우선 사업자 대상(B2B) 렌탈에 한해 길을 터줄 예정이다. 기존에도 부수업으로 렌탈업무를 할 수 있었지만, 특정 설비나 기계 등을 리스해주면서 대가를 받는 방식으로만 제한했던 것을 물건 범위에 제한이 없는 보편적인 렌탈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소형 렌탈업체 잠식 우려 때문에 사업자 대상 렌탈로만 범위를 한정하기로 했다. 또 카드사가 영업하며 취득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문서비스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하고 신용정보법 개정 시 본인 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산업)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겸영을 허용해 주기로 했다. 카드업계에서 늘려달라고 요구해온 ‘레버리지’(자산/자기자본) 규제에 대해서는 현행(6배) 수준을 유지하되, 빅데이터 관련 신산업이나 중금리대출은 총자산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레버리지 배율 확대는 가계부채 증가와 대형가맹점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방안에 대해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업계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레버리지 규제 완화에 대한 업계의견이 수정 반영된 점과 부가서비스 축소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이번에 마련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평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