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시장 규모가 지난해 113조원 규모로 급성장하자 금융권에서 온라인몰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한 ‘선정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도권 금융사가 관심 갖지 않던 ‘틈새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을 키워온 피투피(P2P·개인 간 거래) 업체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시중은행들도 뛰어드는 모양새다.
6일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조사’를 보면, 2018년 말 기준 국내 온라인 소비 거래액은 113조7296억원으로 1년 전(94조1858억원)에 견줘 21% 늘었다. 올해 1분기 거래액도 31조43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조7537억원)보다 17% 확대됐다.
선정산 상품은 말 그대로 ‘미리 정산’을 해준다는 개념으로, 기존 어음할인 구조와 유사하다. 금융사가 일정 수수료를 받고 매출채권을 담보로 온라인몰 입점업체들에 미리 매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대형 온라인몰에 입점한 업체들이 온라인몰로부터 매출액을 정산 받으려면 짧게는 열흘부터 길게는 2~3달까지 걸리기 때문에 이같은 선정산 수요가 생긴다. 입점업체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대개 신용대출이 쉽지 않은데, 이미 발생한 매출을 담보로 하면 신용도와 관계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추가 투자나 영업 활동에 제때 쓸 수 있다. 위메프나 티몬 같은 온라인몰에 입점한 업체들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피투피 업체나 은행에 일정 수수료를 내면 매출이 발생한 당일이나 다음날부터 대금을 앞당겨 받을 수 있다. 금융사는 나중에 온라인몰로부터 매출 대금을 정산받는다.
일부 대부업체 고금리로 장사하던 이 시장에 지난해 피플펀드·어니스트펀드·펀다 등 피투피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피플펀드는 위메프와 티몬에 입점한 판매자를 대상으로 선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해 1분기 20억원이던 취급액이 1년새 약 350억원으로 커졌다. 입점업체 약 500곳이 선정산 서비스를 이용했다. 업체에 관계 없이 수수료는 하루 기준 0.04%(연 14.5%)를 적용한다. 금융사의 주요 리스크는 이미 담보로 잡힌 매출채권에 환불 등으로 취소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플펀드의 민경재 팀장은 “매출 취소를 고려해 매출액의 최대 90% 한도로 대출을 내준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도 속속 선정산 시장에 뛰어들면서 입점업체들은 낮은 수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8일 미래에셋캐피탈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판매대금의 80%를 다음날 지급하는 선정산 서비스 ‘퀵 에스크로’를 출시했다. 미래에셋캐피탈 쪽은 하루 0.02%(연 7.3%) 수준으로 시장 평균 금리(약 15%)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케이비(KB)국민은행도 은행권 최초로 온라인몰 입점업체들에 대한 선정산 상품인 ‘케이비 셀러론’을 내놨다. 연 금리 5.8%로 쓸 수 있다. 하반기에는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도 선정산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온라인쇼핑 시장은 국내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유일한 업종”이라며 “초기엔 매출채권 담보 상품이지만, 데이터를 쌓아 나중엔 소상공인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가능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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