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18년 초 경찰이 확보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9개에 대해 금융당국이 이달 중 과징금 약 12억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 회장에게는 차명계좌 9개를 본인 실명으로 전환할 의무가 있다고 통보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3일 “경찰이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비리 의혹을 수사하다가 확보한 ‘이건희 차명계좌’ 가운데 9개 계좌를 보유한 증권사 4곳에 대해서 과징금 약 12억원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해당 안건이 올라갈 전망이다.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안건이 의결되면 이 회장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최종 확정된다.
이번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계획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과 법체처 법령해석,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금융실명법 부칙상 과징금은 당기 금융자산 가액의 50%에 가산금 10%를 더해 책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1993년 기준 해당 차명계좌엔 잔액이 22억원 안팎으로 남아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해 4월에도 이 회장의 차명계좌 27개를 보유한 증권사 4곳(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에 과징금 총 33억99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2월 법제처가 19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이전에 개설된 계좌 중 법 시행(93년 12월) 이후 해당 차명계좌의 자금 출연자가 따로 있다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다.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이 발견한 1199개 차명계좌 중 법제처 해석에 부합하는 27개에 대해서만 과징금 부과가 이뤄졌다. 이번에도 새로 발견한 계좌 가운데 이 요건에 맞는 계좌는 9개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과징금 통보를 받은 증권사들은 과징금 전액을 이 회장 쪽에 구상권을 행사해 모두 충당했다. 이번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12월 검찰은 이 회장의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이 회장이 그룹 임원들의 차명계좌를 통해 삼성그룹 주식을 보유·매매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등 총 85억5700만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자택 인테리어 공사 비용 33억원을 삼성물산 자금으로 대납(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했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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