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서울 광화문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케이뱅크가 케이티(KT)·우리은행·엔에이치(NH)투자증권 등 주요 주주를 중심으로 자본금 부족에 당분간 숨통을 틔워줄 412억원의 소규모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케이티의 대주주 전환을 전제로 추진했던 5900여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케이티의 공정거래법 위반 검찰 고발로 대주주 적격 승인이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15일 케이뱅크는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지분율은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의결권이 없는 전환신주 발행을 통해 412억원 규모의 브리지(가교) 증자를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케이뱅크 쪽은 “케이티, 우리은행, 엔에이치투자증권은 케이뱅크의 핵심 주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번 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금 납입일은 6월20일로, 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자본금은 5187억원이 된다. 전체 주식 발행금액에서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 발행 비중이 25%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412억원 규모로 전환신주로 발행하면, 더이상 전환주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할 수는 없게 된다.
자본금 부족으로 핵심 대출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한 케이뱅크는 오는 6~7월이면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이 10%에 다가서며 위험수위에 이르게 될 공산이 크다. 은행 자본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이 나서서 경영개선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가시적 조처에 나서야 할 상황이 된다. 하지만 412억원의 가교 증자가 이뤄지면 적어도 서너달은 이런 사태를 미룰 수 있다. 케이뱅크 쪽은 이를 통해 새로운 주주를 영입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뱅크 쪽은 “신규 주주사 영입 방안에 대해 주요 주주사들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과 신규 주주 참여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새로운 주주 후보들을 폭넓게 물색하고 있으나, 지분율 10%를 넘어서는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경우 금융당국 승인 절차 등을 거쳐야 하다 보니 주주 영입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점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도 34%까지 지분 보유 길을 텄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경우에도 정보기술(ICT) 자산비중이 적정하면 34%까지 지분 보유를 허용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면서 이런 요건을 갖춘 주주 후보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새로운 주주는 지분율 10% 이내 수준에서 영입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는 시간을 약간 더 벌어줄 뿐 자본금 부족 사태의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케이뱅크 상황을 봤을 때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오래도록 미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