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 금융사들이 보유한 금융 빅데이터를 핀테크(금융+기술)업체나 창업 기업 등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이달부터 차례로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대형 금융사와 핀테크·창업 기업간의 ‘데이터 격차’를 줄여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관련 법 개정 작업은 제자리걸음이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정보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방안 및 오픈 행사를 열었다.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는 △빅데이터 개방시스템(분석) △데이터 거래소(유통) △데이터 전문기관(결합)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5천여개 금융사로부터 약 4천만명의 신용정보를 집중·관리하는 신용정보원이 4일부터 일반신용 데이터베이스(DB)를 먼저 공개하기로 했다. 올해 말에는 보험신용·기업신용 정보 등으로 공개 대상을 넓혀나간다. 신용정보원 쪽은 “보험신용 정보를 이용하면, 특정 나이대 고객이 많이 가입한 보험 보장 현황과 해지율 등을 비교해 가입자가 더 낮은 보험료로 맞춤형 보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내년엔 금이나 석유처럼 데이터도 거래소에서 유통할 수 있게 된다. 금융보안원이 운영하는 데이터 거래소에는 금융사뿐만 아니라 유통·통신사 등 일반 상거래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거래소가 열리면 자체 데이터가 없는 핀테크 업체도 공공기관이 공개하는 지역별 유동인구 정보와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구매한 카드매출 정보를 활용해 상권분석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데이터를 사도 이를 다른 데이터와 결합해 쓸모 있는 데이터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금융위는 정보 관리 차원에서 ‘데이터 전문기관 설립’을 통해서만 기업 간 데이터 결합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데이터 전문기관 설립은 신용정보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법이 통과되는 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이한진 금융위 금융데이터정책과장은 “신용정보법이 통과되면 데이터 거래소와 전문기관을 연계해 ‘원스톱 데이터 중개·결합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은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는데다, 시민사회의 비판도 거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고 “사실상 개인정보 거래 활성화 이전에 정보주체의 권리가 실제로 보장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진규 네이버 이사는 “데이터를 새로운 ‘플루토늄’이라고 가리킬 만큼 잘못 이용했을 때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며 “개인정보 이용과 관련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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