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앞으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많이 조달한 기업집단도 채권은행의 재무구조 관리 대상에 오르게 된다. 과거 기업어음과 회사채 규모를 늘리고 금융권 대출을 줄여 주채무계열에서 빠져나간 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양 사태’의 재발을 막는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주채무계열 선정기준을 현행 금융회사 총신용공여액에서 총차입금으로 바꾼다고 4일 밝혔다. 주채무계열은 빚이 많아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업집단이다. 주채권은행 평가에서 재무구조가 나쁘다고 평가받으면 기업은 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자구계획도 점검받게 된다.
현행 주채무계열 선정기준은 ‘기업 계열의 금융권 신용공여가 전체 금융권 신용공여액의 0.075% 이상’인 경우다. 이 기준으로 금감원은 올해 금융권 신용공여액 1조5745억원을 초과하는 현대자동차·삼성·에스케이(SK) 등 30개 기업집단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
내년부터는 회사채·기업어음 등 시장성 차입금도 고려 대상이 된다. 금융사 신용공여액과 시장성 차입금을 합산한 ‘총차입금’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1% 이상이면서 은행권 신용공여가 전체 은행 기업신용공여의 0.075% 이상이면 주채무계열이 된다. 김충우 금감원 팀장은 “경제 성장세에 맞춰 기업의 차입금도 증가하기 때문에 지디피 기준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현행 기준이 기업의 실질 부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이처럼 제도를 개편했다. 실제 주채무계열에 선정된 대기업그룹이 금융회사에서 조달한 자금 대비 회사채·기업어음 비중은 2010년 말 40.7%에서 2018년 말 68.2%로 늘어났다.
금감원은 또 기업의 국외진출이 활발해진다는 점을 고려해 국외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재무구조를 평가하기로 했다. 주채무계열 전체 계열사 중 국외 계열사 비중은 2008년 말 59%에서 올해 4월 말 73.9%로 늘었는데, 기존엔 국내 계열사 별도재무제표로 평가해 국외 계열사의 재무구조나 영업실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또 채권은행과 주채무계열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때 ‘부채비율 감축 계획’뿐만 아니라, 사업계획과 경영전략도 반영해 약정이행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다.
한편,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된 30개 기업집단에는 한국타이어·장금상선·한진중공업 등 3개 계열이 빠지고 동원·현대상선 등 2개 계열이 새로 들어왔다. 한진중공업은 채권단 출자전환에 따른 계열분리로 신용공여액이 줄어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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