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일 종가보다 7.5원 내린 1156.5원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워싱턴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자 서울에서 원화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인 통화완화 정책에 나설 경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5원 내린(원화가치 상승) 1156.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4월24일(1150.9원) 이후 두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미-중 무역분쟁 고조로 1200원을 뚫고 올라갈 기세였던 지난달 17일 고점(1195.7)에 견주면 39.2원(3.3%) 내렸다. 그동안 과도했던 상승분에 대한 되돌림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화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19일(현지시각)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 글로벌 달러가 약세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주요 6개 통화와 견줘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나흘 연속 떨어져 하락률이 1.6%(97.2→95.6)에 달했다.
달러당 7위안을 위협받던 중국 위안화 환율도 6.9위안 아래로 내려왔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안정을 위해 오는 26일 홍콩에서 300억 위안 규모의 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는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원화에도 평가 절상 요인이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속속 ‘비둘기’(통화완화 정책 선호)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미 금리를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연준에 앞서 선수를 쳤다. 지난 18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경기 부진과 저물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금리 인하와 자산매입 카드를 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로화를 즉각적으로 떨어뜨려 불공평하게도 미국과의 경쟁을 더 쉽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달러인덱스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비중이 가장 높은 유로(58%)가 약세를 보일 경우 상대적으로 달러는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 트럼프가 무역전쟁과 환율을 결부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 나라의 통화정책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는 환율정책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라고 짚었다.
일부에서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완화를 진행할 경우 자칫 환율 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는 상황을 경계한다. 자국의 경기회복을 위해 통화가치를 낮춰 이웃 나라들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근린 궁핍화’ 전략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앞다퉈 완화적 통화정책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눈은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쏠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상충 관계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번에 금리 인하의 핵심 근거로 (트럼프가 촉발한) 무역분쟁이 경기에 미치는 ‘역류’ 현상을 꼽았다. 미-중 무역협상이 급진전을 이룰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작아져 달러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협상에서 극적인 담판을 이룰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문홍철 디비(DB)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재차 강세로 돌아서기는 어렵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올해 말 1140원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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