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기업과 미성년자도 인터넷전문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방지 전문 신용정보회사(Fraud CB)를 만들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된다.
금융위원회·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지난해 10월 구성한 ‘핀테크(금융+기술)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혁신 티에프’ 논의 결과, 건의 받은 규제혁신 과제 188건 가운데 150건(79.8%)을 수용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미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허용된 과제 10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수용과제에 대해서 법령 개정과 유권해석을 거쳐 올해 안에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고쳐,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과 법인 대표가 지정하는 대리인에 대해서 인터넷은행 계좌 개설에 필수적인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 미성년자는 계좌개설이 막혀 있었고, 법인의 경우 대표만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 다른 직원은 계좌를 개설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전체 계좌 가운데 법인 계좌가 0%대(51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정으로 인터넷은행에서도 아기통장 등의 상품도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3분기 중에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사기방지 전문 신용정보회사(Fraud CB)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기존에도 민간에서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사기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현재 대포통장 계좌번호 등을 제3자와 공유하려면 신용정보법상 정보 주체의 동의가 필요해 법적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련 법령 정비 등으로 개선되면 전자상거래업체나 개인이 물품거래 등을 할 때에도 사기계좌 정보 등을 조회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공공부문에서도 보험사기 방지시스템, 금융질서문란자 제도 등 기존 사기정보 공유시스템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한 금융거래의 인증·보안 기준을 만들고,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 감독방안을 수립하는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에 수용되지 않은 과제 38건 중 15건은 대안 개발, 관계기관 및 이해관계자 추가 논의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간편결제서비스의 소득공제율 상향과 신협의 해외송금업무 등이 해당된다. 가상통화를 활용한 해외송금, 가상통화공개(ICO),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보유, 증권사에 가상통화 거래 등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 등 가상통화 투기를 불러일으키거나 자금세탁 우려가 있는 사안은 추가 검토 없이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자은 “하반기 중에 해외에서는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글로벌 유니콘 핀테크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국내 수용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필요하다면 관련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한 중소기업 대출중개 플랫폼 등이 대표적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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