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법원의 키코 사건 선고. 연합뉴스
다음달 9일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의 불완전 판매 안건으로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피해액의 20~30%를 손해배상하라는 조정안이 나올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은행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30일 금감원에 따르면, 7월9일 열릴 분쟁조정위를 시작으로 늦으면 16일께 키코 사태 재조사 결론을 낼 예정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금감원이 키코 사태를 재조사한 지 1년 만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외환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이 은행들의 권유로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다. 과거 금감원 조사 당시 중소기업 738곳이 3조2274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많은 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2013년 키코가 불공정 거래나 사기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금감원은 재조사 과정에서 대법 판결을 비껴난 불완전 판매 부분을 점검했다. 이번에 금감원이 재조사에 나선 기업은 관련 소송을 진행하지 않은 기업 4곳이다.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으로 피해금액은 총 1500억원 정도에 달한다. 개별 건마다 다르게 나올 수 있지만, 금감원이 평균적으로 피해기업 손실액의 20~30% 정도를 은행에 배상시키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관련 은행은 씨티·케이비(KEB)하나·신한·우리·산업·대구은행 등 6곳이다. 20%만 배상하는 안이 나오더라도 300억원이라, 이보다 더 큰 금액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감원 분조위 결정에 강제력이 없어 은행들이 배상을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은행이 수용하지 않게 되면 키코 건으로 또다시 법정에 가야할 처지다. 또 4곳의 배상안을 수용하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관련 조정을 신청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커진다는 것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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