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국민의 여가 장소로 사랑받아온 노래방(노래연습장)이 줄고 있다. 청소년과 1인가구 덕에 ‘반짝’ 뜬 코인노래방도 업황의 쇠퇴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케이비(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28일 ‘노래방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낸 치킨집 보고서에 이은 자영업 분석 보고서 2탄이다.
국내 노래방은 1991년 부산의 한 오락실에서 처음 개설된 뒤, 1999년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고 청소년 출입이 보다 자유로워지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데다 회식 2차 장소로 사랑받으며 30년 가까이 국민 여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점주에게도 노래방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나 사업경험이 필요하지 않아 시장진입이 쉬워 공급도 많았다.
그러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강조되고 여가 문화가 바뀌면서, 2011년에 3만5천여개로 정점을 찍은 전국 노래방 수는 꾸준히 감소 추세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자료를 보면, 이달 기준 전국 3만3천여개 노래방이 영업 중이다. 2015~2016년 코인노래방 열풍이 불면서 반짝 창업이 증가한 해도 있었다. 코인노래방은 1인가구의 증가 등 소비 트렌드 변화와도 맞아 떨어지면서 신규등록 건수가 2012년 17개에서 2017년 778개로 급증했다. 금세 시장이 포화돼 2018년엔 신규등록 건수가 409개로 떨어졌고, 2019년 1~5월엔 137개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됐다. 지난해에는 노래방이 등장한 이듬해인 1992년 이래 가장 적은 노래방 등록 건수(766개)를 기록했다. 폐업과 휴업 등으로 시장에서 이탈한 노래방(1413개)이 창업한 노래방 수의 2배에 이르렀다.
연구소는 ‘직장인 2차 문화 변화’와 ‘여가의 개인화’라는 트렌드 변화가 노래방 업황에 타격을 줬다고 봤다. 직장 회식 자체가 예전보다 줄어든 데다 커피전문점이나 스크린골프 연습장 등이 ‘노래방 2차’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방의 ‘미래’는 고급화와 특화된 서비스 도입 등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택수 연구위원은 “회식문화의 변화와 소비의 개인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 트렌드”라며 “공기질과 내부위생 관리, 노후화된 인테리어 교체 등을 통해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고, 케이팝 인기를 활용한 외국인 고객 유치 등 특화할만한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