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장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키코 공대위 제공.
‘키코(KIKO) 사태’가 발생한 지 10여년 만에 현직 금융위원장이 피해기업 모임인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만났다.
조붕구 키코 공대위원장은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약 50분간 단독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은 공대위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금융감독원이 조만간 키코 분쟁조정위원회 개최를 앞둔 가운데, 그동안 키코 분쟁조정에 부정적이었던 금융위의 시각에도 일정 정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금융위에 키코 피해기업의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키코 피해기업 연대 보증인 보증 해지와 보증채무 면제, 전폭적인 수출 보증지원, 신용등급 상향, 한국은행 특별 융자 이자율 적용을 요구했다. 또 키코와 해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F·DLS) 사태의 피해구제 방안으로 구제 기금 조성, 키코 피해기업 지원 전용 재기지원 펀드 조성과 해외시장 개척자금 지원, 키코 피해 보상금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세금 및 제비용 감면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키코 민관합동조사위를 설치해 오버헤지 기업들을 심층조사 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조 위원장은 은 금융위원장이 “확답은 하지 않았다”면서도 “(은 위원장이) 수출입은행장을 거치면서 키코 관련 이해도가 높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피해기업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파악 중이고, 방안을 살펴보며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위원장은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첫 면담인 만큼 요구 사항에 대한 확답은 없었지만 그동안 정부 당국에 철저히 소외되어 온 키코 피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들어준 것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키코는 원-달러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어 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를 벗어나 급변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거액의 손실을 보는 경우가 생겼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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