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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6 18:12 수정 : 2020.01.07 02:32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금융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금융의 ‘파수꾼’보다는 ‘동반자’로서 평가받고 싶다는 소신을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2020년 범 금융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경제·금융계 수장들을 포함한 전 금융업권의 인사 700여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 금융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거의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해를 시작하면서 덕담을 나누는 의미도 있지만, 올해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주요 기관장들이 던지는 화두에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날 은 위원장의 인사말이 유독 튀었다. 그는 “여러분(금융인)은 고용창출과 소재·부품·장비산업 지원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주고 계신다”며 칭찬과 감사의 말로 시작한 뒤, “금융위가 여러분을 감시하는 ‘파수꾼’이기보다는 ‘함께 뛰는’ 동반자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인사말 끝에 “금융인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며 두 팔로 하트 모양을 그리기도 했다.

은 위원장은 평소 여러 모임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선의로 해석하면 이날도 그의 ‘끼’가 발동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감독자라는 금융위 본연의 역할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놓겠다는 발언은 그냥 넘기기엔 위험해 보인다.

지난해 우리 금융시장은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과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부실 운용 사건 등으로 뒤숭숭했다. 우리나라 금융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대형 은행들은 수수료를 챙기고자 보수적 은행 고객들에게 고위험 펀드를 불완전 판매했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금융회사들이 조금이라도 돈이 되는 일이라면 서슴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는 형국이다.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때 감독 당국은 도대체 뭘 했느냐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감독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고민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비단 자본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시장의 탐욕적 행태는 대출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부동산 가격 급등의 불쏘시개 구실도 했다.

금융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는 시장에 중요한 신호가 된다. 편법·불법 행위는 일벌백계로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도 시원찮을 판에 본연의 역할을 뒷전으로 미루겠다는 은 위원장의 발언은 적절하지 못했다. 그것이 은 위원장의 소신이라면 감독자 역할은 차라리 다른 기관에 넘기고 금융시장의 ‘치어리더’가 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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