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오는 22일은 신한·우리·케이이비(KEB)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의 거취가 결정되는 ‘운명의 날’이다.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이날 1심 선고를 받게 되고, 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완전판매로 논란이 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금융감독원의 두번째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도 같은 날 열리기 때문이다. 제재 결과에 따라 손태승 우리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지주 부회장은 각각 회장 연임과 회장직 도전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에 징계 수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조 회장은 22일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해 채용비리 관련 1심 선고를 받게 된다. 조 회장은 2015~2016년 신한은행장으로 일하던 당시 고위임원·지인의 자녀를 부정 채용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조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만약 조 회장이 법정구속 되면 그의 연임은 불가능하다. 지난달 13일 조 회장의 연임을 추천한 신한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법정구속 등 회장 유고 시 직무대행 등 승계체제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법정구속이 아닌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는 경우에는 대법원 판단까지 구한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금고형 이상을 받은 인물에 대해선 경영진 자격을 배제하지만, 이를 대법원이 형을 확정할 경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선고 확정을 기다릴 경우 사실상 회장 임기가 끝난 뒤일 가능성이 커서, 회장직 수행에 따른 또 다른 논란을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같은 날 금감원 디엘에프 임시 제재심에 참석한다. 지난 16일 열린 첫번째 제재심이 10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함 부회장 쪽에서 오전부터 먼저 진술하면서, 손 회장 사건 심사는 2시간 미만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임시 제재심에서는 손 회장 쪽이 진술하는 데 시간 대부분이 쓰이고 다음 제재심(30일)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금감원은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잔여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각각 회장 연임과 회장직 도전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손 회장은 지난달 30일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다음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받았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 중징계가 확정돼 연임 등에 제동이 걸려도 이에 반발하는 은행 쪽의 법적 대응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례대로라면 은행이 금감원에 법적 대응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이번엔 금감원의 제재 근거가 미약하다고 보고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시행령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은행 쪽은 관련 조항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적시한 것일 뿐이며, 이를 위반했을 때 경영진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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