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정보업체 사람인에이치알(사람인) 경영진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자사주 처분결정 직전 보유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이용 금지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사람인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63만주 가운데 23만주(73억원)를 장내에서 매도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하루 매각한도는 2만3천주로 최근 한달간 이 주식의 하루 평균거래량(3만4732주)의 66%에 달해 물량 부담이 적지 않다. 또 자사주 매도는 회사에 운영자금이 부족하거나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한다. 실제 자사주 처분 공시 직전 3만1600원이던 사람인 주가는 다음 첫 거래일에 5.7% 급락했고 28일 현재 2만8550원으로 9.7% 떨어졌다.
문제는 이 회사 임원 3명이 자사주 처분 공시 직전인 10~16일 사이에 주식을 잇따라 매도했다는 점이다. 임원 주식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ㄱ이사는 10일 보유주식 9200주 전량을 팔았다. ㄴ이사는 13일과 14일 6천주를 팔았다. 공시 하루 전인 16일에는 ㄷ이사가 보유주식 1만주 중 7177주를 매도했다. 이날 사람인 주가는 2012년 2월 상장 이후 사상 최고가(3만2900원)를 장중에 찍었다. 이들의 주식매도 평균단가(3만751원)와 취득단가(1만6425원)를 비교하면 경영진은 3억1772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자사주 처분 결정 직전 보유주식 매각은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ㄷ이사는 공시 담당 등기임원으로 이번 자기주식 처분 공시 작성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 회사 정관을 보면 이사회 결의 1주일 전 안건 내용을 등기이사에게 통지하게 돼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사주 처분이라는 미공개 내부정보를 사전에 알고 보유주식을 팔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에 해당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얻은 이익 혹은 회피한 손실액의 3~5배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6월에는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모바일 게임 리니지 출시와 관련된 악재로 이 회사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에 보유주식 8천주를 전량매도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사람인이 자기주식처분의 목적을 ‘유통주식수 확대를 통한 거래활성화’라고 밝힌 점도 논란을 빚고 있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의 지분 등을 제외한 유통주식수 비율은 47%로 낮지 않은 편이다. 유동성 확대가 목적이라면 액면분할이나 주식배당·증자 등을 하면 된다. 처분방법도 주가에 영향을 덜 주는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가 아닌 장내 직접 매도를 선택했다. 법무법인 최선의 강상원 변호사는 “이러한 방식의 자기주식 매각은 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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