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진료소에서 나와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험 지역 체류자 입국 금지를 포함해 종전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배경 가운데는 무증상·경증 환자의 감염 전파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영향이 적지 않다. 증상이 미미한 초기에도 신종 코로나의 전염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독일에서는 회복기에도 유사한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의학적으로 ‘전염력이 강하다’는 것은, ‘적은 바이러스 양으로도 전파된다’는 의미다. 무증상 감염은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음에도 정작 자신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을 말한다. 보건당국은 무증상 역시 ‘증상이 전혀 없다’가 아니라 개인에 따라 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감염된 사람이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다가 감염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3일 “신종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아서 잠복기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초기 증상을 무엇으로 봐야 하는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며 “세계보건기구(WHO)도 독일 등의 사례들을 검토해 좀 더 명확한 근거를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전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신종 코로나가 메르스, 독감 등과 비교해 전염력과 전파 속도가 높다”는 근거로 조기 진단과 격리 확대 등의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과 방역당국은 그동안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과 관련해 “사스나 메르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에서는 가능성이 적다”고 강조해왔다. 국내에서도 아직 무증상 감염 확진자는 없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밝힌 데 이어, 국외에서도 ‘무증상 감염’ ‘회복기 감염’ 등의 사례가 보고되면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2일 발표를 보면, 중국 밖에서 생긴 환자 146명 가운데 11명이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됐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도 지난달 30일 발표한 논문에서, 독일을 방문한 중국 여성이 무증상 상태에서 한 독일 남성을 감염시켰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다른 직장 동료 둘에게도 바이러스를 옮겼는데, 회복기에도 침에서 바이러스가 많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같은 날 감염자 20명 가운데 무증상을 보인 환자가 5명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금은 사례를 쌓아가는 단계인 만큼 무증상 감염을 ‘일반적’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감염내과)은 “확률적으로 바이러스 양이 많을 때 감염이 되는 게 당연하지만, 바이러스 양이 적은 증상 초기와 회복기에도 확률이 떨어질 뿐 감염이 일어나지 않은 건 아니다”라며 “마치 환자 대부분한테서 무증상 감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과잉 해석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짚었다.
국내에서는 증상 초기엔 음성이던 환자가 나중에 양성으로 확인되는 ‘위음성’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확진된 8번째 환자는 첫 검사 땐 ‘음성’ 판정이 나와서 대형 마트와 식당 등을 다녔으나 이후 2차 검사에서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음성 판정을 받으면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배출된 바이러스 양이 적거나 검사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고 강조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중국을 다녀왔거나 접촉자로 분류됐다면, 초기에 음성이 나왔더라도 안심하지 말고 2주 자가격리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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