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동구 서울교통공사고덕차량사업소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5호선 전동차 내부 의자 등에 살균제를 분무하는 등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달 27일 오전엔 다이소와 마사지숍, 오후에는 떡볶이집과 마트 두곳. 다음날엔 중랑구 미용실과 슈퍼마켓, 칼국수집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확진자 동선도 자세히 공개되고 있다. 며칠 전 동선을 개인이 일일이 기억하기는 어려운데,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런 정보가 알려진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카드 결제 정보를 빨리 받기 위해 카드사들과 ‘핫라인’을 구축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4일 여신금융협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질본과 비상연락망 체제를 구축하고 24시간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질본은 여신협회에 확진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와 증상이 발현된 날짜와 시간대, 확진자가 사용하는 카드사 정보를 전달한다. 때로는 카드사 전체에 조회를 요청하기도 한다. 여신협회는 이를 특정·전체 카드사에 전달하고, 질본은 역학조사에 필요한 확진자의 카드 이용명세와 교통카드 정보 등을 카드사로부터 바로 받게 된다.
질본은 지난달 24일 두번쨰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 협회 쪽에 처음 카드결제 정보를 요청했다. 첫 확진자인 중국 국적 여성은 인천국제공항 입국 때 검역단계에서 확인돼 바로 격리되면서 이동 경로를 파악할 이유가 없었다. 두번째 확진자인 50대 남성은 22일 중국에서 입국한 뒤 24일 확진되기까지 국내 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동선을 파악해야 했다.
질본과 카드사간 협조체제가 조기에 구축될 수 있었던 것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후속 대책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다. 2016년 1월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는 질본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폐회로텔레비전(CCTV)과 교통카드 명세와 함께 신용·직불·선불카드 사용명세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메르스 사태 때만 하더라도 이런 법적 근거가 미비한 채로 질본이 여신협회 쪽에 카드 정보 자료를 요청해 처리했다.
지난달 31일부터 핫라인이 구축되면서 카드사들은 주간에는 고객 정보를 다루는 부서가, 야간에는 승인 담당 부서가 질본의 정보 제공 요청에 대응하고 있다. 여신협회도 평일엔 오후 9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고, 주말 근무도 이어가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 정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다른 공공기관 등의 요청보다 앞서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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