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미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증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지난달 17일 이후 1.2% 하락에 그쳤다.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의 네마리 용과 다른 잠룡들의 실적 호조가 지수를 떠받친 덕분이다.
3일(현지시각)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은 4분기 순이익이 20.2%(전년동기 대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도 17.3%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살짝 밑돌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1% 하락했다. 클라우드 부문의 성장세가 여전히 가파르고 이번에 처음 공개한 유튜브 광고도 30% 넘게 급증했다.
앞서 발표된 대표 기술주들의 실적도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마존은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 우대회원 대상 ‘1일 무료 배송서비스’가 되레 강력한 경쟁 무기가 됐다. 2014년 1억 명이었던 우대회원이 1억5천만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비회원보다 소비가 2배 이상 많다. 서비스 비용도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 주가 강세로 이어졌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번 실적 발표로 아마존의 수익성에 관한 모든 의문점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분기 사상 최대 매출(918억2천만 달러) 기록을 내놨고 순이익도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애플 워치와 에어팟 수요 증가에 힘입어 웨어러블 부문의 매출액이 44% 급증했다.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의 교체 주기가 4년 부근에서 더이상 늘지 않아 높은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에서 아이폰 출하량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춘절 연휴 동안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애플은 오는 9일까지 중국 내 모든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닫는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주가는 지난주 고점 대비 5% 가량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모든 사업부문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특히 공용 클라우드 서비스(Azure) 부문의 매출이 64% 급증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총 1조3천억 달러 수준에서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과 알파벳은 시총 1조달러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들 4마리의 용은 에스앤피(S&P)500 전체 시총의 약 17%에 달한다. 이밖에도 미 증시에는 군웅이 할거하며 지수를 받치고 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지난주 2분기 연속 흑자 발표 이후 주가가 40% 급등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상승 폭은 300%를 넘는다. 유료가입자가 증가한 넷플릭스와 데이터센터 사업이 호조를 보인 인텔도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반면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 한 종목이 코스피200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33%에 달해 한국거래소가 ‘30% 상한제’ 적용을 검토할 정도로 의존도가 심하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시총 비중은 6.5% 수준이다. 외바퀴로 가는 자전거는 넘어질 위험이 크다. 2001년 휴대폰 세계 1위 업체 노키아의 시총 비중이 70%에 달했던 핀란드의 헬싱키 주가지수는 2009년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추락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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