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남매의 난’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 회사 우선주 가격의 오름세가 보통주보다 훨씬 가파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7일 한진칼 우선주 가격은 7만1000원으로 연초 주가(5만9800원) 대비 18.7% 급등했지만, 같은 기간 보통주 가격은 3.4% 상승에 그쳤다. 계열사인 대한항공도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때마다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를 치고 올라갔다. 우선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보통주보다 덜 올라야 정상인데 왜 이런 역전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일단 우선주들은 시가총액이 매우 작다. 보통주 가격보다 10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에스케이(SK)네트웍스 등의 우선주 시총은 100억원이 채 안 된다. 둘 다 주식 수가 11만여주에 불과해 투기적인 매수세가 조금만 붙어도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우선주 주가가 탄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진칼 우선주는 그동안 주가 급등으로 시총이 400억원을 넘나들고 있고 주식 수도 53만여주로 우선주치고는 적지 않은 편이다. 또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많이 받아 초저금리 시기에 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지만 그것만으로 이런 주가 급등 현상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 도입에 따른 기업 투명성 강화로 보통주의 의결권 가치가 예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상대적으로 우선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견제로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이 어려워지면 의결권의 쓸모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내부에서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보통주의 프리미엄이 추가로 축소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런 점에서 외국인의 국내 우선주 매수 증가세는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의 우선주 지분 보유비중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가 시작된 2016년 60%선에서 현재 70%대로 높아졌다. 특히 삼성전자 우선주의 외국인 비중은 2016년 3월 말 78%에서 현재 91%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 보통주의 외국인 비중 57%와 견줘 매우 높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에서 우선주와 보통주의 가격 차는 최대 10%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5년간 평균 40% 이상 차이가 벌어져 우선주에 대한 할인율이 과도했다고 볼 수 있다.
한진칼 우선주의 급등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색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견해도 있다. 회사가 합병과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을 하기 위해서는 주총에서 특별결의(출석 의결권의 2/3,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의 찬성)를 통과해야 한다. 이때 상법(제436조)에는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 등 다른 종류주식의 주주에게 손해를 미치게 될 경우 별도의 종류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만약 종류주총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선주의 3분의 1만 확보하면 경영진의 지배구조 개악을 저지할 수 있는 셈이다. 한진칼과 같은 지주회사의 경우 이런 점이 작용해 일부 투자자들이 우선주를 매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 우선주가 복병으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삼성물산 우선주 소액주주 19명은 우선주 주주를 위한 별도의 주총을 개최하지 않았고 합병비율도 불공정하다며 법원에 합병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우선주 지분이 거의 없었던 삼성은 종류주총 개최를 원치 않았고 재판부는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거나, 합병이 유효하기 위해 우선주주로 구성된 종류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다수 회사들이 종류주총을 생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나서서 종류주총 개최를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 종류주총 개최 여부는 ‘우선주 주주에게 손해를 미치게 될 경우’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달려있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안정적인 배당을 원하고 투자한 우선주 주주에게는 합병 등으로 기업의 이익이 들쭉날쭉하게 될 우려가 생기면 ‘손해를 미치게 될 경우’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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