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체 채취 키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광둥성에 다녀온 아들 부부를 둔 25번째 환자(73·한국인 여성)와 그의 며느리인 27번째 환자(37·중국인 여성)는 선별진료소를 찾았는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 검사를 제때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의 검사 지침과 의료 현장의 손발이 맞지 않으면서 조기 진단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7일 오전 9시께 25번째 환자는 인후통 등의 증상을 인지하고 경기 시흥의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당시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에 필요한 가래와 침 등의 검체를 채취했지만, 정작 진단 검사는 곧바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의료진은 환자의 아들·며느리가 중국을 다녀온 방문력을 고려해 의심환자로 분류했지만, 시흥시보건소에 문의했을 때 환자 가족이 후베이성에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은 것이다. 시흥시 쪽은 “이 환자는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적이 없어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 검사 대상을 확대하는 정부 지침 공문은 7일 오후에야 받았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이 바꾼 지침대로라면 해당 선별진료소에서 이날부터 민간 의료기관에 검사를 바로 맡길 수 있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본부장은 “민간 의료기관으로 검사가 확대되면서 수탁·의뢰 부분이 정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고 있던 때 검사를 받으러 오신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25번째 환자는 결국 다음날 같은 선별진료소를 다시 방문해 두번째로 검체를 채취한 뒤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며느리인 27번째 환자는 지난 5일 중국 방문력이 있고 발열·기침 등 증상이 있는데도 선별진료소에서 진단 검사를 받지 못했다. 중대본 설명은 당시에는 후베이성 외 다른 중국 지역을 다녀온 경우에는 폐렴이 있어야만 의심환자로 분류했기 때문에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사례정의 개정과 별도로, 지난 2일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기존에는 중국을 다녀온 입국자가 발열 등 증상이 있더라도 폐렴 증상이 없으면 진단 검사를 못 받았지만 이제는 진단 검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권고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정 본부장은 “(당시에도) 의사 소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한 게 맞다”면서도 “(실제 검사가 이뤄지려면) 검사 역량이 확대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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