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 감소 우려에 지난달 28일 코스피 2000선이 무너졌다. 한국거래소 제공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1분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최근 한달 새 6.5%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6%가량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지난달 28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45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0조7567억원으로, 1월말 시점의 전망치(22조2075억원)에 견줘 6.53% 하향 조정됐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이들 기업의 영업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21조5203억원)보다 3.19% 반등할 것으로 추정됐지만, 지난달 들어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부쩍 커지면서 되레 3.55% 감소세로 반전했다.
기업별로 보면 전체 145곳 중 67.6%인 98곳이 1월말보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었다. 한달 새 주요 기업 10곳 중 7곳의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셈이다. 특히 정유·항공·여행업체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체인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만에 각각 77.9%, 76.5%씩 급감했다. 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전보다 70.2% 감소했다. 제주항공과 하나투어·모두투어는 모두 1분기에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소비주로 꼽히는 호텔신라(-34.6%)와 파라다이스(-43.3%), 코스맥스(-34.2%), 애경산업(-31.0%) 등도 한달 새 실적 전망치가 크게 어두워졌다.
전문가들은 가계와 기업의 심리 악화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기업 실적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대훈 에스케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으로 에너지·운송 등 대부분 업종의 실적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라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하락이 0.09%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보듯, 코로나19의 영향은 기업 실적에 단기 리스크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