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연이은 폭락으로 원-달러 환율이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1240원대에서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급등한 달러당 1243.5원에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2.42포인트(2.47%) 내린 1672.44로 마감했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케이비(KB)국민은행 딜링룸.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외국인이 1조원 넘는 국내 주식을 내다판 영향으로 코스피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240원대로 치솟아 9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17.5원 급등(원화가치 하락)한 달러당 1243.5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1240원대로 마감된 것은 2010년 6월11일(1246.1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이날까지 4거래일 동안 무려 50.5원이나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1조92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달러가 하루 만에 강세로 전환된 것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지만 달러 가치는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강세를 보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국제 단기자금 시장에서는 신용경색으로 달러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원화를 끌어내렸다.
코스피는 2.47%(42.42) 떨어진 1672.44로 마감됐다. 이는 2011년 10월5일(1666.52) 이후 8년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0%대 기준금리 진입에 따라 역마진이 우려되는 보험(-6.7%), 은행(-5.5%) 등 금융업종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시장에서 8조3718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이에 지수는 평균 이틀꼴로 100단위 마디선이 차례로 무너지고 있다. 지난 9일 2000선이 붕괴되더니 12일에는 1900선을 내줬고 다음날엔 1700선으로 주저앉았다. 전형적인 급락장세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전날 미국 증시가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의 폭락 사태를 맞았지만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대만 증시가 2.86% 급락했고 중국 상하이지수(-0.34%)도 소폭 내렸지만, 일본 닛케이지수(0.06%)와 홍콩 항셍지수는 소폭 반등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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