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1.24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2.20원 오른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극단적인 공포가 엄습하며 코스피 1600선과 코스닥 500선이 동시에 무너졌다.
18일 코스피는 4.86%(81.24) 급락한 1591.2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1600선이 무너진 것은 2010년 5월26일(1582.12) 이후 9년 10개월 만이다. 코스닥도 5.75%(29.59) 폭락한 485.14로 마감해 2014년 1월3일(499.33) 이후 6년 2개월여 만에 500선을 내줬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달러 유동성 공급 대책도 환율 상승 흐름을 막지 못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중 1231원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코스피 급락 영향으로 막판 2.2원 상승 반전돼 1245.7원에 마감했다.
미국 정부가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헬리콥터 머니’를 동원하겠다고 발표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기업어음(CP) 매입 등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는데도 미국 주식선물 시장이 4%대 급락세를 보인 게 불안 심리를 키웠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오후 들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우지수 선물과 나스닥지수 선물이 장중 하한가를 기록하자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며 코스피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린 유럽 증시도 급락세로 출발했다. 한국 시각 오후 8시 현재 독일과 프랑스, 영국 증시는 나란히 5%대 폭락 중이다.
외국인은 기록적인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5893억, 1230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시장에서 8조8925억원을 팔아 월간 기준으로 이미 2007년 8월(8조7037억원)을 넘어 역대 최고 순매도액 기록을 새로 썼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에만 8조3852억원의 코스피 주식을 사들였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기관과 개인이 함께 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지만, 지금은 개인 홀로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다 떠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지만 국내 증시만큼 떨어지지는 않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83%)와 일본 닛케이지수(-1.68%)는 1%대 하락에 그쳤다. 대만 증시는 2.34% 내렸고 홍콩 증시는 4.18% 하락했다.
시엔비시(CNBC)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세계 경기침체를 기정 사실로 하고 이제는 침체의 기간과 깊이에 집중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미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은 미국의 올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에 -2~-3%포인트의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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