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우리금융은 2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손태승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이날 주총에서 7.71%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캐나다연금(CPPIB)을 비롯한 국외 연기금 등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우리금융의 최대주주(17.25%)인 예금보험공사를 비롯해 아이엠엠프라이빗이쿼티(IMM PE) 등 과점주주(24.58%)와 우리사주(6.42%) 등이 찬성해 연임안은 무난하게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손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디엘에프 사태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리면서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금융사 임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잔여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연임과 금융권 취업은 제한된다.
제재를 받은 뒤 손 회장은 서울행정법원에 금감원 문책경고 조치 취소 청구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법원에서 주총을 5일 앞두고 손 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연임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손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아이에스에스(ISS)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도 반대 의견을 권고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도 손 회장 연임에 반대해 왔다. 디엘에프피해자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은 주총이 열린 이날 오전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손 회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날 주총이 끝난 뒤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내어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찬성함에 따라 안건이 가결됐다“며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이 지원된 은행과 금융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손태승 회장이 연임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 기금관리자로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민영화된 은행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관치의 폐해를 재연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반대 여론을 의식한듯 우리금융은 이날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주총장에 언론 출입을 금지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일 주총을 치른 케이비(KB)금융은 유튜브를 통해 주총 진행 과정을 생중계했고, 신한금융도 26일 주총을 누리집에서 생중계하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우리금융의 깜깜이 주총은 손 회장 연임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이날 금감원은 디엘에프 사태로 손 회장이 받은 중징계 처분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라는 법원 결정에 대해 이번주 중으로 항고하기로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