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채 매입 규모와 일정을 사전에 알리는 방식의 ‘적극적 양적완화’를 시행해 금리를 하향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백인석 연구위원은 13일 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위기 본격화 이후 국내 국채 금리는 주요국보다 현저히 높아 금융과 실물에 걸친 복합위기 상황에서 국채가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3일 기준 연초 대비 각각 1.28%포인트, 0.92%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내 금리는 0.08%포인트 내리는데 그쳤다. 정부가 긴급재정지원정책으로 국채발행을 최대로 늘린 반면 금융기관은 유동성 부족으로 국채 매수 여력이 부족한 상황인 탓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국채 발행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29.6% 증가한 62조4천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도 49조7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재정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가운데 10조3천억원이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세수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2·3차 추경 편성이 거론되고 있어 국채 공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유로존, 영국, 캐나다 등은 국채매입의 목표가 중장기 국채금리 하향안정화에 있음을 명시하고, 매입 총액과 일정을 사전에 시장에 공표한다. 한은도 지난달 25일과 이달 10일 1조5천억원씩 국채를 사들였지만 그때그때 시장 상황을 봐가며 국채매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고서는 “장기금리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함으로써 금리 하락 효과를 극대화하는 국채매입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채 금리가 충분히 내려가면 위험선호 심리가 살아나 회사채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전체 금융시장이 안정되는데 도움이 된다. 정부도 재정부담이 낮아져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제로수준에 도달해 인하 여력이 없는 미국 등의 경우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방식을 활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금리 대응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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